자매 화재 참변 이후 체험 문의 이어져…"연령별 대피 매뉴얼 필요"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무조건 뛰면 안 됩니다. 어둠 속 장애물을 확인하면서 침착히 대피해야 합니다."
최근 부산에서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두차례 발생한 불로 아동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면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여러 재난 상황을 가정해 어린이들이 안전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산119안전체험관을 찾았다.
이곳은 평소에도 체험 예약이 온종일 꽉 차 있는데 최근 부산에서 아파트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화재 관련 안전 체험을 진행할 수 있는지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전기안전, 도시재난, 생활안전, 재연재난, 화재대응 등이 다양했는데 이날 취재진은 화재 대피 체험이 포함된 화재대응과 도시재난 프로그램을 참관했다.
수다를 떨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안전 체험 요원(소방대원)의 설명이 이어지자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체험에 열중했다.
화재 대피 체험장소는 실제 재난 상황을 가정해 불을 켜지 않고 좁은 복도에 여러 장애물이 배치돼 있었고 체험도 실전처럼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안전 체험 요원의 설명에 따라 몸을 최대한 낮추고 한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또 다른 손으로는 벽과 장애물을 확인하면서 통과했다.
안전 체험 요원은 "아동일수록 위급상황에 반응할 수 있도록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아이들에게 대피하라고 하면 빨리 뛰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빠르게 대피하는 것보다 장애물을 확인하며 침착하게 어둠 속을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소방청은 최근 부산 자매 참변 화재 이후 아동을 대상으로 한 화재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
안전 체험관에서 진행되는 교육 외에 찾아가는 화재 안전 교육도 확대해 진행할 예정이다.
안전체험관이나 일선 학교 등은 여러 상황을 가정한 아동 눈높이에 맞춘 세부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산119안전체험관 관계자는 "어린아이들은 연령별로 대응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신고나 초기 진화에 대한 매뉴얼보다 상황별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중점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존 매뉴얼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아동들을 위한 맞춤형 매뉴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은 화재 대응 행동 매뉴얼을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배포했는데 연령별, 상황별로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새롭게 만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기존 교육부 자료를 가져와 매뉴얼을 배포했는데 교육부에서 화재 시 아동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세부 매뉴얼을 추가로 제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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