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애플이 자사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희토류 자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 소재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즈와 약 5억 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미국 내 자원·제조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애플의 공급망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희토류 자석의 내재화를 꾀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16일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에 계약된 희토류 자석은 아이폰의 햅틱 엔진, 오디오 장치, 마이크 등 다양한 부품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그간 애플은 관련 자석을 대부분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해 왔으나 미중 간 기술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체 공급처 확보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MP 머티리얼즈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고 이를 텍사스 포트워스 소재 공장에서 정제 및 자석으로 가공해 애플에 공급할 예정이다. 애플은 2027년부터 해당 자석을 실제 제품에 탑재할 계획이다.
애플과 MP는 단순 공급 계약에 그치지 않고 희토류 자원의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애플은 현재 캘리포니아에 자사 제품에서 회수된 자석과 금속을 재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 중이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응하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애플의 '탈중국' 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4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자석 수출을 통제하면서 전 세계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외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분산하는 동시에 미국 내 원자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희토류 공급망 재건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MP 머티리얼즈는 미 국방부와도 협력 중이며 국방부는 이 회사에 자금 지원과 함께 일정 가격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가격 바닥'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계약 발표 직후 MP 머티리얼즈의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25% 가까이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애플 역시 자국 내 소재 조달 확대를 통한 리스크 분산 전략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부품 조달을 넘어 글로벌 IT 기업들이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상징적인 사례라고 보고 있다. 미국 내 생산기반 확대는 기술 산업 전반에 걸쳐 재편의 물꼬를 틀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스마트폰 제조 부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희토류 생산에는 여전히 여러 과제가 존재한다. 광산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탄소 배출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 단가가 중국에 비해 높다는 점도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향후 재활용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정부 차원의 규제 정비 및 장기적 인센티브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애플-MP 머티리얼즈 계약은 기술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 속에서 이뤄진 미국 내 공급망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제조업의 재편과 국가 안보까지 연결되는 첨단 산업 생태계에서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연합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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