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중고 패션 시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이 단순한 재판매를 넘어 유통가의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최근 중고 패션 제품을 포인트로 교환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그린 리워드 서비스’, 현대백화점은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각각 운영한다.
롯데백화점의 서비스 대상 제품은 올해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제조된 151개 패션 브랜드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준지, 띠어리, 타이틀리스트, 아크테릭스,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 아모멘토 등이 포함됐다.
고객이 롯데백화점 앱 내 ‘그린 리워드 서비스’ 탭에서 중고 제품 정보를 입력하고 수거 주소를 등록하면 택배사가 직접 방문해 제품을 가져간다. 수거된 제품은 제조일, 오염, 손상 여부 등 정밀 검수를 거친다.
롯데백화점은 최소 5000원부터 최대 28만원 상당의 엘포인트(L.POINT)를 지급한다. 브랜드와 품목에 따라 보상 기준이 다르며 특히 해외 브랜드 아우터 등 고가 품목일수록 높은 보상 금액이 책정된다. 제품 수거부터 검수 및 포인트 지급까지는 약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수거한 제품은 세탁과 정비 과정을 거쳐 리세일 전문 기업 ‘마들렌메모리’를 통해 중고 시장에서 재판매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5월부터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바이백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이달에 공식 도입했다. 고객이 보유한 패션 상품을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 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 H포인트로 지급한다.
서비스 대상 제품은 현대백화점과 더현대닷컴에 입점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130여 개 제품이다.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더현대닷컴에서 판매 신청을 하고 상품을 박스에 담아 문 앞에 두면 상품을 수거해 검수를 진행한다.
시범운영 2개월 동안 1000여 명의 고객이 참여했으며 이 중 2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바이백으로 지급받은 H포인트를 활용해 동일 브랜드 상품을 다시 구매한 경우도 전체 매입 건수의 45%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구매 주기가 짧은 고객일수록 바이백 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채널 외에도 백화점 점포 내 중고 상품 매입센터를 운영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고객 접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무신사는 이르면 이달 말 패션·잡화 중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선보일 예정이다. 별도 플랫폼이 아닌 무신사 앱 내에서 중고 상품 구입·판매 기능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무신사 회원 1500만명이 앱 내에서 자유롭게 패션·잡화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기능이 구현된다.
무신사가 지난 2023년부터 운영해 온 한정판 중고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이 특정 브랜드 상품에 한해 거래를 허용한다면 무신사 유즈드는 입점 브랜드 전체 상품으로 거래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무신사는 패션 시장의 취향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패션 제품의 순환성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큘러 이코노미’(Circular Economy) 관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가 중고 의류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 의류(패션) 관련 U&A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78.0%)이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대의 최근 1년 내 중고 의류를 구매한 비율은 68%로 30대(62.0%), 40대(59.0%), 50대(51.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구매 채널은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소비자 간 거래(C2C) 중고 플랫폼이 79.2%로 가장 많았다.
또 전체 응답자의 61.7%가 ‘요즘 사람들이 중고 의류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으며 ‘최근 중고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43.2%로 나타났다. 이는 중고 의류 구매가 단순한 대안 소비를 넘어 일상적인 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도 중고 패션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소비 효율을 동시에 잡는 전략적 분야로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가 구매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자원 순환이 유통업계의 중요한 과제인 만큼 리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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