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하루 앞둔 16일 삼성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에서 비롯돼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그룹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17일 오전 11시 15분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처리 왜곡 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23년 2월 1심과 2024년 2월 2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으며 삼성 측은 이번 대법원 판결 전까지 어떤 결과도 예단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 내부의 이 같은 신중함은 이 회장의 법적 리스크가 장기화된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5년 넘는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까지 포함하면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가 지속돼 온 셈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오너 결심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과 같은 주요 전략적 결정에서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2017년 9조3000억원에 이르는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은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공백을 초래했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2심 무죄 선고 이후 삼성은 점차 경영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의료기기 업체 매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5월에는 독일 공조시스템 기업 플렉트를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젤스 인수를 위한 계약에도 나섰다.
이 회장 역시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등을 방문한 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인 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삼성은 장기화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정상적인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10년에 걸친 총수 리스크와 글로벌 경영환경의 격변 속에서 이번 판결은 삼성의 향후 전략 수립에 있어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죄 확정에도 삼성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반도체 사업의 기술력 회복과 실적 반등이 시급하다. 최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개 분기 만에 다시 5조원 아래로 내려앉았으며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납품 지연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배구조 개편과 준법감시 체계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순환출자 해소, 투명한 거버넌스 확보 등은 오랜 숙제로 남아 있고 그룹 차원의 리스크 대응 능력도 지속적으로 검증받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 이후 설치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강화와 경영진의 책임 경영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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