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용인] 김희준 기자= 경기마다 다른 포지션을 소화한 강상윤이 홍명보호의 ‘월드컵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을 치러 일본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한일전 최초 3연패라는 굴욕과 함께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일본에 우승컵을 내줬다.
강상윤은 이번 대회 대표팀 ‘최고의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단이 23인에서 26인으로 늘어나며 극적으로 승선한 강상윤은 첫경기였던 중국전 후반에 교체로 들어갔다. 평소 전북현대에서 자주 보던 중앙 미드필더보다 한 칸 올라선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강상윤은 너른 활동량과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만약 조금만 슈팅에 힘을 덜 줬다면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기회가 두어 번 있었다.
홍콩전에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나상호, 이호재와 호흡을 맞춘 강상윤은 전반 27분 서민우가 찔러준 전진패스를 받아 뒤에 있던 수비를 벗겨낸 뒤 낮게 깔리는 터닝슛으로 선제골이자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이날은 서민우와 호흡이 특히 좋았는데, 골 장면 외에도 한두 차례 비슷한 패턴으로 홍콩 골문을 위협했다.
강상윤은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전 벤치에서 출발했고, 후반 30분 김진규와 교체돼 경기에 투입됐다. 이날은 본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로 섰는데, 전북에서처럼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강상윤은 위협적인 기회를 한 차례 만들어냈다. 후반 35분 서민우에게 공을 건넨 뒤 전진했고, 서민우가 앞으로 내준 공을 오세훈이 옆으로 패스하자 강상윤이 이를 이어받아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갔다. 일본 수비에 막혀 득점까지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중앙에서 한국이 만들어낸 거의 유일한 패턴 플레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강상윤이 3경기에서 모두 다른 위치를 소화했다는 건 그만큼 홍 감독이 강상윤을 신뢰한다는 걸 보여준다. 감독이 특정 선수를 다양한 포지션에 실험하면서 최적의 역할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강상윤은 추가 발탁으로 대표팀에 들어왔음에도 인상적인 실력으로 이번 대회를 자신의 쇼케이스로 만들었다.
강상윤은 E-1 챔피언십을 통해 자신이 충분히 대표팀에 들 만한 실력임을 입증했다. 물론 이번 대회 참가하지 않은 황인범, 이재성 등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는 주전 경쟁을 펼칠 수준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이재성 백업에 가장 어울리는 능력치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강상윤을 장기적인 A대표팀 재원으로 여기고 월드컵까지 꾸준히 발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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