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일본 축구 대표팀이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대회 3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2승 1패로 준우승에 머물렀고, 한일전 A매치 3연패라는 불명예도 함께 떠안았다.
일본 우승의 중심에는 베테랑 나가토모 유토가 있었다. 나가토모는 이번 대회에서 988일 만에 A매치에 출전했다.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중국전에 선발로 나서 약 60분간 활약했고, 이후 2경기는 벤치에서 팀을 지켰다. 출전 시간은 짧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국과 마지막 경기서도 벤치에서 동료들을 열정적으로 독려하며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 종료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나가토모는 “정말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오늘은 내게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다시 뛰겠다고 결심했던 4년 전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경기에 나섰지만, 내게는 정말 큰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나가토모는 유럽 명문 구단인 인터 밀란(이탈리아),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마르세유(프랑스)에서 활약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일본 대표팀 소속으로는 4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출전해 3번의 16강 진출에 기여했으며,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멤버이기도 했다.
나가토모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듯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EAFF 챔피언십은 FIFA A매치 캘린더 외 대회로 유럽파와 중동파 선수들의 차출이 어려운 까닭에 한국과 일본 모두 국내파 중심의 실험적인 스쿼드를 꾸렸다. 나가토모는 그 안에서 ‘플레잉 코치’에 가까운 역할로 합류했다. 실전보다는 팀워크와 정신적 리더십을 위한 선택이었다.
나가토모는 이번 대회를 돌아보면서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많았지만 모두 정말 빠르게 성장했다. 가능하다면 이 멤버 전부와 함께 월드컵 무대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J리그 선수들의 개별 수준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느낀다. 오늘은 뛰지 않았지만, 벤치에서 그 수준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힘주었다.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한일전에서 일본은 조직력과 집중력으로 한국을 눌렀다. 반드시 이겨야 우승할 수 있었던 한국은 일본의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에 고전하며 무득점으로 패했다. 이는 A매치 기준 한일전 첫 3연패이자, 3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남았다.
나가토모는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은 분명히 있었다. 주장으로서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순간이 더욱 감격스럽다.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소중해 이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트로피를 들어 올린 나가토모는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올 시즌에도 소속팀 FC도쿄에서 J1리그 14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17경기에 출전하며 총 803분을 소화 중이다. 그는 “이제는 단순한 윙백이 아니라 백3도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며 다음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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