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 포유류 중 하나인 무산쇠족제비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8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6월 26일, 돌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무산쇠족제비 성체를 촬영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번 촬영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기록된 희귀한 사례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된 무산쇠족제비는 그 생태와 분포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만큼 보기 어려운 동물이다.
육식 포유류 중 가장 작은 동물 '무산쇠족제비'
무산쇠족제비는 족제빗과 동물로, 육식 포유류 중 가장 작다. 몸길이는 15~20cm, 체중은 50~200g 수준으로 작고 가늘다. 얼굴은 뾰족한 편이고 귀는 짧고 둥글며 눈은 비스듬하게 생겼다. 발가락 사이에는 털이 있으며, 발톱은 날카롭지만, 땅을 파는 데 적합하진 않다. 대신 기존 설치류의 굴을 빼앗아 서식지로 활용한다.
털 색은 계절에 따라 변한다. 여름엔 등은 갈색, 배와 뒷다리 안쪽은 흰색이며 겨울엔 전신이 하얀색이다. 이는 눈 덮인 환경에서 보호색 역할을 한다. 특히 꼬리 밑에는 아황산계 분비물을 내는 분비샘이 있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거나 천적을 쫓아내는 데 쓰인다.
또한 혼자 사는 습성을 갖고 있으며, 둥지는 나뭇가지와 먹이 찌꺼기 등으로 만든다. 땅속 15cm 깊이에 둥지를 만드는데, 입구는 지름 2.5cm 정도로 매우 작다. 후각, 청각, 시각 모두 발달해 있어 민첩하게 움직이며 짧은 거리의 점프를 자주 한다. 사냥은 굴속을 따라 이동하며 들쥐, 두더지, 개구리, 조류, 심지어 토끼까지 포획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이 동물을 ‘쥐 잡는 쥐’로 부르기도 한다. 1년에 최대 3천 마리의 설치류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집이 너무 작아 올빼미, 뱀, 담비, 맹금류 등의 먹잇감이 되기 쉽고, 수명이 1년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무산쇠족제비는 1927년 북한 무산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그 지역명과 '작다'는 의미의 '쇠'를 합쳐 '무산쇠족제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는 1974년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처음 확인됐고, 이후 전국 국립공원과 산악지대 10곳에서 간헐적으로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다만 개체 수는 매우 적어, 지금까지 정확한 분포지나 밀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돌 틈 사이 빼꼼... 지리산서 8년 만에 발견
무산쇠족제비는 2017년 7월 1일 지리산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이후 모습을 감췄다. 그러던 중 8년 만인 지난 6월, 국립공원공단 조사팀이 야생생물 관측 중 돌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성체를 포착하며 존재가 다시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서식 여부가 불확실했던 종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멸종위기 1급 동물이 아직도 자연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희망의 신호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외에도 설악산, 덕유산, 소백산 등 10곳에서 무산쇠족제비가 존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무산쇠족제비는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생태계가 잘 보존된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주로 설치류가 풍부한 지역을 선호하며, 사람이 많은 인가 근처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환경부가 2012년 무산쇠족제비를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했으며, 2022년에는 생존 위협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1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상징
무산쇠족제비는 국내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다. 무산쇠족제비가 멸종된다면 먹이사슬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는 곧 생태계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일은 서식지 보호다. 무산쇠족제비는 땅속 굴과 밀림, 초원 지대를 서식지로 삼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이나 벌목은 이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산지 개발이나 등산로 확장 등으로 인해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먹이마저 줄어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립공원뿐 아니라 일반 산림지역의 보호 정책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먹이원의 보호다. 무산쇠족제비는 설치류, 개구리, 도마뱀, 새알 등을 먹는다. 이런 동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이 포식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농약 사용을 줄이고, 생태하천을 복원하고, 로드킬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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