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순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있다. 명색이 장마였는데 비는 온데간데없고 연일 35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천704명, 이 중 34명이 사망했다. 전년도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제 여름의 더위는 오곡을 익게 하는 계절의 산물보다는 건강과 생존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은 건설현장, 물류업 등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역시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 질환은 고열, 어지럼, 의식저하 등이 갑작스럽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며 즉각적이고 적절한 응급조치가 생명을 좌우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그늘로 옮기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하거나 얼음찜질로 체온을 낮춘 뒤 119에 연락해야 한다.
하지만 여름철 건강 위협은 실외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실내 냉방 역시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냉방병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장시간 차가운 공기에 노출될 경우 자율신경계가 교란되고 두통, 피로감, 소화불량, 호흡기 불편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는 사무직 근로자나 실내외 온도차를 자주 겪는 이들이 더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냉방병은 아직 정식 의학 진단명은 아니지만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병증이다. 피로감과 소화불량으로 시작되는 증상은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에 의한 업무 공백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의료비라는 경제적 부담도 뒤따른다.
이를 예방하려면 생활 속 온·습도 관리를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과 환경부 가이드에 따르면 사무실 등 정온 환경에서는 실내 온도를 25~28도,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제조업이나 생산설비처럼 활동량이 많고 기계열이 발생하는 작업 현장에서는 22~26도 수준이 일반적이다. 공간 특성에 맞춰 온도를 조정하고 하루 두 번 이상 환기와 주기적인 에어컨 청소를 통해 공기 질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실내 온도를 둘러싼 갈등은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반복된다. 누구는 더워서 온도를 낮추자 하고 또 다른 이는 춥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쾌적함은 주관적이지만 지나친 냉방이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객관적이다. 최소한의 온도 기준을 함께 정하고 복장 자율화, 좌석 배치 조정 등 체감온도 차이를 줄일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냉방에 대한 체감은 다를 수 있어도 여름 건강을 지키려는 배려는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책임이다.
정부는 매년 폭염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야외 작업 중단 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권고한다. 그러나 이 지침은 강제력이 없어 현장에서 무시되기 쉽다. 일선 노동자는 더위를 견디며 작업을 이어가고 일부 사업장은 생산성을 이유로 위험을 방치하기도 한다. 결국 폭염의 부담은 제도의 합리성보다는 개인의 인내에 기대는 현실로 고착되고 있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외출을 줄이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냉방은 절제 있게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거창한 기술보다 중요한 건 상식을 지키는 태도다. 여름을 견디는 힘은 냉방 장치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냉기와 열기 사이, 그 균형점에 ‘건강’이라는 해답이 있으리라.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