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맞은 '슈퍼위크'가 시작됐지만 청문회장 곳곳에서 여야가 대치하며 파행이 빚어져 후보자 '검증의 장'이 아닌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4개 부처, 15일 4개 부처가 청문회를 진행했고 이 중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야당 의원들의 '방송3법' 통과를 위원장에게 항의하며 오전에만 두 차례 파행을 겪었다. 항의 피켓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국회 경위가 동원되며 야당 의원들이 "폭력"이라며 맞서기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여성가족부는 강선우 후보자의 갑질 의혹과 위증 논란이 일면서 네 차례 정회를 반복,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청문회가 이어졌다.
15일 열린 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피켓시위 등이 사라져 예정된 시간에 열리긴 했지만 자료제출 불성실과 증인이 없다는 점을 들어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특히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여야 간 말다툼으로 인해 잠시 파행을 겪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병적 기록 자료 제출을 독촉하며 안 후보자가 '방위병' 출신임을 부각시켰고 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인 출신 국방 장관'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잘한 인사라며 방위병을 비하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해당 과정에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하며 국방위가 한때 정회하기도 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질의 전부터 약 50분간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문제 등 공방으로 파행을 빚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1기 내각인선을 맞아 장관 인준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강선우 여가부 장관후보자 등 논란이 집중된 청문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시간이 되자 논란에 대한 질의보다는 "충분히 해명하시라"며 후보자에게 발언권을 넘겨주는 등 해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반면 소수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청문회 전부터 노트북에 피켓을 붙여 강하게 항의하며 파행과 속개를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했던 행동"이라며 '내로남불'이라고 몰아세웠고 민주당은 '협치'와 '소통'을 강조하며 청문회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李 정부 인사청문회 '슈퍼위크' 곳곳서 파행
청문회 시작 전부터 자료 미제출과 증인 채택 불발 등을 두고 우려했던 대로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초반부터 고성과 싸움으로 얼룩졌다.
슈퍼위크 첫 날인 14일 국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보좌진 갑질'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오전부터 파행과 속개를 반복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다른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자료 제출과 증인·참고인 출석을 둘러싸고 '청문회 불성실'을 이유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14일 열린 여성가족부엔 증인 2명, 해양수산부에는 해수부 이전에 관한 노조 입장을 듣기 위한 참고인 1명뿐이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일부 청문회에는 참고인도 증인도 없었다.
이틀째인 15일에도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고성이 나왔다.
산자위 청문회에서는 국민의힘이 한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네이버와 관련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한 주요 증인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항의하자 민주당은 청문회와 무관한 인사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네이버, 성남FC와 관계된 중요 증인을 한 분도 채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핵심 증인 중 한 사람으로 겨우 협의가 된 최인혁 네이버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해외 출장으로 출석 못 한다는 데 인사청문회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성남FC 문제는 한성숙 후보자와 무관하다"고 반박하며 양당 간사 간 고성이 계속되자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두 의원에게 조용히 해 줄 것을 요청하며 퇴장을 종용하기도 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겹치기 근무' 의혹을 질타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권 후보자가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급여를 수령한 것과 관련해 "우월적 지위에서 한 갑질 동냥"이라고 비판했고 권 후보자는 실제 근무를 했다고 밝히며 "한 달에 500만 원, 1000만 원 이렇게 받는 것도 아니고 150만 원 받는 것도 궁색해 남한테 보였다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민주 "비방 일관" 역공하며 방어…"정체공세 말라" 비판
청문회 파행과 여야 간 고성이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오전 청문회 시작 후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를 고성, 충돌, 파행으로 청문회를 엉망으로 망쳐놓았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궁금한 건 후보자들의 정책과 비전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장을 인신공격과 정치공세로만 채우려 했다"며 "청문회의 본질은 후보자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일임에도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국정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정치공세의 무대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와 탄핵 반대에 대해 반성한다면 정쟁에서 벗어나 '후보자 검증'에 충실한 청문회를 만드는데 협조하라"고 경고했다.
양당 간의 청문회 총평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낙오 없이 '전원 생환'을 목표로 세운 민주당은 결정타는 없었다고 자신하며 청문회 파행을 촉발한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청문회 첫날 국민의힘은 비방과 인신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 현행 인사청문 제도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신속한 내각 구성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초석을 마련해야 12·3 내란으로 멈춰 섰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정상화할 수 있다"며 "'묻지마식' 인신공격이나 당리당략에 따른 발목잡기용 정쟁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힘, 강선우 사퇴촉구 공세…"자질부족, 낙마 불가피"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갑질 의혹에 이어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며 강 후보자에 대한 낙마 공세를 높였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대 여당이 자료 제출 및 증인 채택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국민 앞에서 검증을 회피하고 하루만 뭉개면 그만이라는 검은 속내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후보자를 향해선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위증혐의'로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여당이 청문회 파행을 유도하고 있다, 꼼수 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임하라"며 "17명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이 딱 두 사람뿐이다, 김민석 총리 청문회 때 증인도 참고인도 자료도 없는 맹탕 청문회를 만들더니 이제 장관 청문회조차 완전히 와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14~15일 이틀 동안 총 11개의 논평을 통해 장관 후보자를 비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한 명도 낙마 없이 간다'는 오만함을 거두고 야당 시절 휘둘렀던 혹독한 검증 칼날을 똑같이 적용하라"며 "시간 때우기와 버티기로 일관하는 후보자들의 이중성과 '침대 축구' 회피 전략은 과정은 상관없이 공직만 꿰차면 된다는 뻔뻔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곽 대변인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들을 장관으로 내세운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내로남불' 그 자체"라며 "거대 의석만 믿고 무자격 후보자들에 대한 '묻지마 방탄'을 지속한다면 국민의 엄중한 회초리를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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