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외상성 뇌손상은 경미하거나 중간 수준이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강한 충격을 받은 경우 기억력과 주의력이 저하되고, 성격이나 의사소통 능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뇌를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손상을 예방하는 방식의 승인 약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조지아대학 연구진이 최근, 뇌의 자연 회복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화합물 ‘CMX-2043’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브레인 사이언스(Brain Sciences)'에 실렸다.
◆ 심장 치료제로 개발된 화합물이 뇌 회복에 기여
이 화합물은 원래 심장 손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 후보였으나, 연구가 진행되면서 항산화 기능을 통해 체내 활성산소(프리라디칼)를 제거하고,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이 밝혀졌다. 프리라디칼은 세포나 DNA, 단백질, 지질 등을 손상시킬 수 있는데, CMX-2043은 이를 억제해 심장뿐 아니라 뇌 조직의 손상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프랭클린 웨스트(Franklin West) 교수는 "CMX-2043 투여 후 특정 항산화 효소가 증가했다. 이 효소들은 손상 직후 작동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며, 이 화합물이 뇌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지점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MRI로 확인된 회복 효과…자체 치유력 자극
실험은 생후 6주, 몸무게 약 12~18kg의 새끼 돼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돼지의 뇌에 외상성 손상을 유도한 뒤, CMX-2043 또는 위약을 각각 투여하고, 1일·7일·42일 후에 MRI 스캔으로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CMX-2043이 항산화 효소를 직접 증가시킨 것은 아니며, 손상에 대한 몸 자체의 반응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연구의 제1저자인 박혜진(Hyejin Park) 조지아대 교수는 "CMX-2043은 뇌의 방어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자극해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저자인 에린 카이저(Erin Kaiser)는 "항산화 방어 능력이 클수록 MRI 상의 손상 지표가 더 작게 나타났다"며, "이 발견은 뇌의 회복 시스템을 강화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자기장 등 비침습적 기술을 활용해 약물 반응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CMX-2043이 인간의 뇌손상 치료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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