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축복기도를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이겠습니까?"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기억하는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에 대한 기억이다. 반 전 UN사무총장은 UN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근무시절 10년을 한 결 같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대한민국의 축복과 양국 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기도회를 개최해 온 김장환 목사에 대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민간외교의 표상이자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선 분”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UN사무총장의 회고와 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축복의 외교력은 김장환 목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단어 중 하나다. 1979년 故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통역을 맡아 주한 미군 철수를 원점으로 돌려세운 일화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별자문이던 故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장례식에서는 고인의 뜻에 따라 추모 기도를 집도하기도 했다.
당시 추도 예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 등 미국 주요 정치인과 종교인이 참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트럼프 1기 취임식이 정통 복음주의 예배로 치러질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이날 김 목사의 추도사에는 그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던 선배 성직자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한국과 미국 양국 간의 우호 증진과 번영의 뜻을 함께 담았다는 평가를 이끌었다.
◇ 복음 전파로 한·미 가교 이끄는 '세기의 조력자'
'미국 복음주의 대부'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김 목사와의 인연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미국은 물론 세계 복음주의의 대표주자로 전 세계에서 부흥 집회를 열어온 침례교세계연맹(BWA)은 197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부흥회를 열었다. 1952년 첫 행사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 행사에는 110만명이 운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김 목사는 당시 그레이엄 목사의 통역을 맡았다.
이후 두 목사의 인연은 침례교세계연맹(BWA)를 대표하는 '쌍두마차'로 승화됐다. 이후 김장환 목사는 지난 2000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8차 BWA 세계대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5년 임기의 총회장에 선출되는 기적을 낳았다. 현재 BWA는 세계 150개국 250여개 교단을 견인하며 전체 성도 수는 약 3억명 이상이 활동 중인 개신교 최대의 종교단체로 성장했다.
평소 그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던 정치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번영과 한민족을 평화 등을 위한 걱정에는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는 그의 신념을 가장 잘 대변한다. 그가 주도하는 대부분의 기도회의 특징은 성경 말씀을 통한 전도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평화와 사회적 안녕, 국가적 미래 번영 등을 주제로 열린다는 점이다.
국내 기독교계에서 쌓고 있는 공적도 뚜렷하다. 자칭 6.25후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 출신'인 김 목사는 한 장교의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건너가 밥존스신학대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귀국해 수원에 침례교회를 세웠다. 성도 10여명으로 문을 연 이 교회는 2만여명이 함께하는 믿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했다. 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극동방송은 전 세계 2억명의 청취자는 물론이고 북녘에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세계 최대 선교방송으로 성장했다.
'대통령들의 멘토'는 김 목사를 상징하는 또 다른 애칭이다.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들은 종교와 정치적 성향을 떠나 김 목사에게 귀를 열었다.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김대중 대통령도, 불교와 가까웠던 노무현 대통령도 김 목사와의 소통엔 벽이 없었다. 노 대통령이 김 목사의 소개로 미국의 명사 릭 워렌 목사를 만난 일화는 유명하다.
국가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다. BWA 총회장이던 2000년대 초반 세계 100여개 국가의 종교지도자들과 강력한 친분을 쌓은 그는 1976년부터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을 맡으며 약 50여년간 공산 독재정권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 총리를 찾아가 성경책을 전달하며 평화의 메세지를 전했다. 당시 외신들이 그를 '세기의 조력자'라 표현했고 거침없는 그의 전도 활동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 '선한 영행력'에 민간외교에 대한 커지는 기대감
사실 김 목사는 해외에서 더 각광 받는 인물이다. 기독교 세계 최대 규모의 교파로 꼽히는 BWA 총회장을 지내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리더 중의 리더'로 명성을 떨쳤다. 카터와 조지 부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과 격없이 가깝게 지냈을 뿐만 아니라 그레이엄 목사와의 인연으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가족 등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엔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대한민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미국 제39대 대통령이자 최장수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지난해 12월 29일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가족과 지인 등 극소수의 인원들만 초대한 채 워싱턴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당선인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이 일제히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당시 김장환 목사는 한국 대표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위한 추도문 낭독 등을 주도했다. 또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인연으로 1기 행정부 때부터 가깝게 지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비롯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캐런 펜스 여사 등과 지미 카터와 빌리 그레이엄 등의 옛 추억을 공유하고 근황과 안부를 묻는 등 적극적 소통을 이어 갔다는 후문이다.
활발한 글로벌 사역 활동도 여전하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호주를 찾은 김 목사는 세계 140여개국에서 약 5500명의 목회자와 관계자 등이 참석한 ‘2025 호주 BWA 총회’ 세계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모든 크리스천은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한다”며 “복음이 닿지 않은 북한과 같은 척박한 땅에도 주님의 사랑이 전해지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민간외교에 대한 공헌도 지대하다. 김 목사는 지난 2021년 서울국제포럼이 재정한 '영산외교인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상은 매년 국제무대와 외교일선에서 국익과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활약한 인사들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정부 및 민간 인사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김 목사를 비롯해 고 조석래 효성명예회장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대표적 수상자다.
복수 이상의 교계 전문가들은 "김장환 목사는 과거 트럼프 1기 때인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화 회담에 중추적 역할을 했을 정도로 미국내 영향력이 크다”며 " 그가 지난 70여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쌓아온 선한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번영을 위한 다양한 소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등이 뒷받침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컬처 유정우 편집인 seeyou@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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