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세대교체 속에서도 아시아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렸다. 마지막 대만전을 남겨둔 상황에서 ‘우승’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상우(49)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16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대만과 맞붙는다. 현재 한국은 2무(승점 2)로 일본, 중국(이상 1승 1무·승점 4)에 이어 3위에 머물러 있다. 자력 우승은 어려워졌지만 경우의 수는 남아 있다. 한국이 대만에 5골 차 이상 대승을 거두고, 같은 날 일본과 중국이 비긴다면 골 득실에서 일본을 제치고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한국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일본과 2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37분 나루미야 유이(30)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41분 2005년생 공격수 정다빈이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앞서 중국과 1차전에서도 지소연(34)이 후반 추가시간 동점 골을 넣으며 2-2로 마쳤다. 2경기 연속 아시아 강호를 상대로 패배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단순한 성과를 넘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겨냥해 우승에 도전 중이다. 세대교체에 힘을 싣고,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 대표팀은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한국은 지소연(시애틀 레인)을 필두로 이금민(31·버밍엄 시티), 김신지(21·AS로마), 케이시 유진 페어(18·엔젤 시티 FC) 등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도 소집해 전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대표팀은 세대교체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일본전 득점의 주인공 정다빈 역시 대표적인 기대주다. 후반 26분 교체 투입돼 15분 만에 값진 골을 넣은 그는 “전반전부터 기회가 많아 들어가면 꼭 골을 넣겠다고 생각했다. 언니들에게 배울 점이 많지만, 함께 융합하며 나아간다면 우리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다빈은 최근 노르웨이 1부 리그 스타베크 포트발 입단을 확정했다. 미국, 스페인, 독일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가장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스타베크를 선택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 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대표팀의 변화는 외형적인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전술적인 면에서도 드러난다. 신상우 감독 부임 이후 콜린 벨(64) 전 감독 체제의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축구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색깔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전술 다양화와 조직적인 압박이 눈에 띈다. 중국, 일본전에서도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지소연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뿌듯함을 느낀다”면서도 “득점 기회에서의 세밀함은 여전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앞서 2경기 모두 선제골을 내준 뒤 따라가는 전개를 반복했다. 신상우 감독 역시 “선제 실점은 앞으로 더 연구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이제 시선은 대만전으로 쏠린다. 비록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사령탑을 비롯한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신상우 감독은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며 “베테랑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체력 상태만 괜찮다면 정예 멤버로 대만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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