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사과와 반성' 중심의 혁신안이 당 쇄신의 불씨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당내 분열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 지도부와 유력 당권주자들은 혁신안에 대해 잇따라 불만을 표출하며 "현실을 외면한 도덕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당대회 일정 확정도 미뤄지며, 당의 혼란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혁신위 "국민신뢰 회복하려면 대선과정에 대한 책임있는 반성과 사과 선행해야"
윤 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당은 대선 과정과 그 이후에 있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책임 있는 반성과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며 혁신위의 3차 혁신안을 공개했다. 이 안은 사실상 지난 대선 단일화 실패와 지도부 대응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관련 인사들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송언석 "실질적 전략과 리더십 복원이 시급...내치는 방식 혁신 안돼"
그러나 당내 반응은 냉담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위원장의 제안은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지금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전략과 리더십 복원이 더 시급하다"며 "비판과 사과 중심의 혁신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누구를 내치는 방식으로 혁신을 해선 안 된다"며 해당 혁신안을 사실상 반대했다.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더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KBS라디오에 출연해 "오히려 단일화를 하지 않는 게 배임과 직무유기였다"며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방식의 혁신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또 "인적청산이 필요하더라도 3년 뒤 총선에 넘겨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나경원 "혁신이란 이름으로 책임만 물어선 안돼" ...한목소리 비판
당권주자들도 한목소리로 혁신안을 비판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SNS를 통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책임만 물으려 한다면, 미래는 없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경쟁력 있는 비전과 리더십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비공식 접촉에서 "정치적 셈법이 깔린 혁신안으로는 당을 하나로 묶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혁신안에 대한 반발이 당 지도부와 당권주자 모두에게서 확산되면서, 전당대회 준비 작업 역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첫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시점을 논의했지만, "8월 중하순 혹은 하순 개최"라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2차회의에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일정 지연 배경은... 당내 노선다툼과 주도권 경쟁이 그 이유
정점식 사무총장은 "다음 회의에서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일정이 지연되는 근본 배경에 당내 노선 다툼과 주도권 경쟁이 있다고 본다. 한 중진 의원은 "전대 일정은 결국 각 주자들의 유불리와 맞물려 있다. 혁신위가 던진 폭탄이 오히려 전대 일정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윤희숙 위원장의 혁신안이 내부 권력투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쇄신의 이름으로 특정 인사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자, 당내 세력 간 불신이 깊어졌고, 이로 인해 전당대회가 통합의 장이 아닌 분열의 무대로 전환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당 혁신을 위한 목소리가 도리어 내홍의 방아쇠가 되는 역설적 상황에 빠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당 쇄신을 둘러싼 이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어떤 지도부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향후 생존 가능성이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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