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주주 전체’로…경영 판단과 지배구조, 다시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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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주주 전체’로…경영 판단과 지배구조, 다시 흔들리다

직썰 2025-07-15 13:56: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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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유예 없이 즉시 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시작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강제화 등 지배구조 관련 후속 입법도 예고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명확한 기준 없이 이사 책임을 확대하면서, 경영 판단이 소송과 형사 책임에 노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계와 법조계는 “방향보다 공백이 더 위험하다”며, 내부 판단 체계 정비와 제도 설계의 균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기준 없는 충실의무 확대…경영 판단, 법적 리스크에 노출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장한 것이다. 문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데 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ESG를 중시하는 기관, 배당 확대를 원하는 소액주주, 지배력 유지에 초점을 둔 대주주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체 주주 이익’은 단일 기준으로 환원되기 어렵다.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 타 주주의 손해로 간주될 경우, 이사의 판단은 사후적으로 소송 또는 형사 고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절차보다 결과 중심으로 책임을 묻는 해석이 확산될 경우, 선의의 판단조차 법적 리스크에 노출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해관계자별 리스크 가중치 분석 ▲의사결정 시뮬레이션 도구 ▲ESG 리스크 매핑 등, 리스크를 사전에 정량화하고 체계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충실의무를 ‘계량 가능한 책임’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주주 전체’의 이익, 정량화 없이 제도 실효성 없다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주주 전체 이익’을 유형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지표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 이익을 ▲단기이익(주가·배당) ▲장기이익(ESG·지속가능성) ▲전략이익(지배구조 안정·M&A 방어)으로 구분해, 의사결정이 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주주의 대표성을 판단할 때는 ‘다수성’과 ‘지속성’을 병행 고려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이 없다면 충실의무는 오히려 경영 판단을 억제하는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다. 책임 기준 역시 고의성, 이해상충, 반복성 등으로 차등화해 설계해야 하며, 일률적 책임 구조는 경영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판단 기준을 구조화하기 위해 ▲외부 자문 의무화 ▲이해관계자 영향 분석 ▲주주 이익 유형별 정리 ▲사유의 서면화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평균적 주주 이익’이라는 개념은,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판단 기준으로 전환되어야 실효성을 갖는다.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집중투표·분리선출 도입의 파장

이번 개정은 고립된 조치가 아니다. 정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이사회 구성의 권력 지형 자체를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행동주의 펀드나 외국계 자본이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연합하는 구조를 열어줄 수 있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 견제 장치를 넘어 사실상 이사회 교체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우호 지분 확보 ▲사외이사 사전 검증 ▲정관 조항 재정비 등 방어적 설계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선 대주주 지분율 요건, 연합 주주 공개제, 이해상충 등록제 같은 견제 장치도 병행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책임경영 시대…‘설계된 책임’이 신뢰를 만든다

경영 판단의 정당성은 투명한 정보와 내부 통제에서 출발한다. ‘이해관계자 영향도 보고서’, ‘의사결정 검토 의견서’, ‘책임 분기표’ 등 정형화된 서식과 내부 체크리스트는 책임경영 체계의 기초 인프라다.

단순한 판단 실수가 아닌 정보 비대칭, 내부 통제 실패는 분쟁의 단초가 되며, 이사회에 대한 책임 추궁의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 방어 논리를 갖추기 위해선 ▲당시 정보와 대안 비교 ▲회의록 정리 ▲유사 사례 분석 등의 기본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이번 개정은 ‘책임경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 없이 확장된 책임은 경영 위축만 초래할 수 있다. 충실의무는 명확성(기준화), 정량성(수치화), 균형성(책임-권한 조화)을 기반으로 할 때 비로소 제도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재’가 아니라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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