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전국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수박 가격이 3만원 선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여름철 '물가 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급 차질과 수요 폭증, 여기에 기상 악화가 겹치며 수박값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치솟는 양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4일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기준 수박(상품) 한 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3만327원으로 3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국 평균 가격인 2만9,816원보다도 높은 수치로 유통 현장에서는 이미 3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수박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가격은 불과 열흘 전인 7월 4일의 평균가(2만3,763원)보다 무려 6,053원, 약 25.5% 상승했다. 11일 기준과 비교해도 700원이 오르며 단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1년 전인 2024년 7월 동기(2만1,336원) 대비로는 약 8,500원(39.8%)이 상승한 수치다. 평년 평균 대비로도 41.8% 높아 통계상으로도 이례적인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박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근의 기상 여건이 꼽힌다.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폭염과 간헐적인 국지성 호우는 수박 생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은 수박의 당도를 낮추는 동시에 껍질이 얇고 품질이 불안정한 '기준 이하 수박'의 비율을 늘리며 유통 가능한 상품 수박의 공급량을 감소시키고 있다.
서울 소재 한 과일 가게 주인은 "이달 초만 해도 8kg짜리 수박을 2만8999~2만9000원에 판매했지만 지금은 3만7000원을 받아야 마진이 남는다"며 "9kg짜리는 원래 4만원 이상 받아야 하지만 지금도 3만9000원 선에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도가 제대로 오르지 않아 출하량 자체가 줄었고 품질 기준에 맞는 수박은 찾기도 어렵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통 업계와 농산물 전문기관은 당분간 수박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중부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장마성 비가 예보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이달 수박 출하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상품 수박 비율이 감소하고 품질 저하로 인한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10일 발표된 관련 통계에서도 수박은 전년 대비 27.2%, 평년 대비 32.3%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 체감 가격이 이보다 더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박뿐 아니라 다른 여름철 과채류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7월 6일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수박 '상' 등급의 최근 한 달 상승률은 약 5%에 달했으며 열무, 적상추, 오이 등의 신선채소류도 전년 대비 10~20% 이상 오르는 등 전반적인 물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체 과일 품목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수박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의 대안으로 참외나 멜론 등을 찾지만 이들 역시 생산량 감소와 기후 영향으로 가격이 비슷하게 오르면서 수요 분산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물류비나 저장비 등을 고려해도 생산지 단가 자체가 높은 상황이라 마트나 전통시장 모두 가격을 조정할 여유가 거의 없다"며 "일부 대형마트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계약재배 물량을 투입 중이지만 전반적인 시장 가격을 낮추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박은 여름철 대표적인 간식이자 야외활동 필수품으로 여겨지며 소비가 집중되는 품목이다. 그러나 이처럼 가격이 급등하면 소비 위축은 물론 유통 단계에서의 이익 감소, 생산 농가의 출하 지연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상 변화에 따른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생산지 관리와 유통구조 점검이, 중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확산 등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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