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비관세 장벽’ 중 농축산물 분야에서의 양보를 시사하자 농업계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미국산 사과 수입, 쌀 수입 추가개방,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 농업계에 따르면 대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농축산물 개방 요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정부가 농축산물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농축산물은 미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진행해도 고통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다”면서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지킬 것은 지키되 협상 전체의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관세 장벽 철폐와 관련해 관계부처, 이해관계자, 국회 등과 최대한 협의해 미국에 가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농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같은 날인 14일 성명을 통해 “여 본부장의 말대로 지금까지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농업이 계속 고통을 감내해왔다”라며 “이재명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 ‘대한민국이 성장하기까지 농업인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며 인정한 바 있다”고 짚었다.
전농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미국산 사과는 8단계 검역절차 중 2단계 문턱도 넘지 못했다. 2년 전 인간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미국의 협박에 맞서는 것이 국민주권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농은 “20%도 되지 않는 곡물자급률, 1000만원도 되지 않는 농업소득, 역대 최대의 농가부채, 농가경영주 70% 이상이 60대 이상 등이 지난 통상협상의 결과가 낳은 우리 농업의 현실”이라며 “우리 농업과 농민은 더는 희생할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다수가 미국과 섣불리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은 제2의 한미FTA 투쟁과 제2의 광우병 촛불로 화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한우협회는 15일 ‘이재명정부는 또다시 농축산물을 희생양 삼을 것인가“라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통령이 농민을 또다시 저버린다면 농민에게 남은 건 결국 아스팔트 농사뿐“이라고 경고했다.
한우협회는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 대한민국“이라며 ”내년이면 미국 소고기 관세는 0%“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미국의 명분이 상호관세라면, 미국산 소고기에 2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농업이 희생양이 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보당은 15일 홍성규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농업 희생을 전제로 하는 듯한 통상교섭 책임자의 발언에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농축산업을 희생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자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더 이상 희생할 곳부터 남아있기나 한가“라고 반문하며 ”이미 대한민국은 미국산 농축산물 5위 수입국으로 지난 한미FTA 발효 이후 사실상 관세를 대부분 철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농축산업을 송두리째 넘길 심산이 아니라면 정부당국자 입에서 가렵게 나와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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