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이 돼 드리면 소위 한가락 했던 젊은 시절부터 속에 감춰뒀던 얘기까지 얼마나 술술 잘하신다고요. 몸도 아프시지만 사실 외로워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더 많아요. 이렇게라도 소통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 희망나눔서포터즈 기은숙 씨
인구고령화 속에서 독거노인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독거노인은 199만3000명으로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21.1%를 차지했다. 2015년 18.5%, 2020년 19.8%, 2022년 20.9%에 이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다.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도 적잖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고독사 예방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는 연평균 8.8% 증가했다. 2017년에는 총 2412명이 고독사했으며 2018년 3048명,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을 기록했다. 특히 2021년의 경우 60세 이상 고독사는 1605명으로 전체의 절반(47.5%) 가까이를 차지했다.
독거노인은 경제적인 면은 물론 신체·정신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외부와 단절되다 보니 결국 고독사로 이어진다. 심각한 문제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나름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숨은 사각지대까지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다.
희망나눔서포터즈는 이러한 씁쓸한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민간 차원의 독거노인 돌봄활동을 통해 초고령사회 필요한 민간단체의 역할을 알리고 우리 사회 바람직한 독거노인 지원·돌봄모델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희망나눔서포터즈는 현재 희망나눔협의회의 지원 아래 서울시 4개구 노인지원센터(▲은평구 : 은평어르신통합돌봄통합지원센터 ▲강남구 : 강남구 노인통합지원센터 ▲서초구 : 서초어르신행복e음센터 ▲서대문구: 효림재가노인지원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선풍기도 안 켜고 계실까 봐 걱정이에요.”
무더위 속 홀로 계실 어르신들이 걱정돼 바삐 걸음을 옮기는 기은숙 씨. 오늘의 목표는 은평구 독거어르신 두 분에게 초복을 앞두고 준비한 건강키트를 전달하는 것이다. 모두 희망나눔서포터즈를 시작할 때부터 인연을 맺은 어르신들로 햇수로만 3년째이다.
“아이고 더운데 또 왔어.”
첫 번째 어르신이 버선발로 기은숙 씨를 맞이한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지낸 세월만 20년이다. 허리와 다리가 좋지 않고 안암으로 눈 수술도 받았다.
“여긴 언제 멍들었어?”
“이제 나이 들어 조금만 부딪쳐도 바로 멍들지 뭐.”
모녀처럼 자연스런 대화가 오갔다. 어르신은 “봉사자가 아니라 이젠 딸 같아 속얘기도 다 털어놓게 된다”며 “요즘은 부쩍 더 외롭고 우울한데 이렇게 한참 얘기하고 나면 한결 기분 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만난 어르신 역시 두 번의 허리수술로 거동이 어려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일어나서 기은숙 씨를 맞이했다. 이내 밀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어르신. 슬하에 있는 자식과도 왕래하지 않아 유독 더 짙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특히 이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인데도 병원에서 받는 진료항목이 대부분 비급여라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참 잘 돼 있지만 이러한 부분은 좀 아쉬워요.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진짜 어려움을 덜어줬으면 합니다.”
직접 찾아가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봉사활동마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시대. 젊은 봉사자도 줄어 세대 간 이렇다 할 접점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기은숙 씨는 그간의 봉사경험을 토대로 “젊은이들의 참여도 필요하지만 노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독거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시작해 젊은 세대가 현장 봉사에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은 싹을 틔워 의미있는 열매들을 맺었다. 독거노인에 대한 인식을 깨운 민간단체의 움직임 덕분이다.
2013년 설립된 희망나눔협의회는 순수 민간기업과 개인의 기부로 독거노인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희망나눔서포터즈를 통한 1:1 방문돌봄부터 사랑의 건강키트 나눔행사, 독거노인 대국민 캠페인, 복약지도, 후원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거노인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10여년간의 노력에 많은 손길이 화답했다. JW중외제약, 경동제약, 대한약사회, 일동제약, 동국제약, 씨젠의료재단, 유한양행, 휴온스, 지오영 등 18개 이상의 국내 굴지 제약사와 기관이 수년간 희망나눔협의회와 함께하고 있는 것. 이들은 민간 활동 후원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희망나눔협의회와 8년째 희망나눔서포터즈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은평어르신돌봄통합지원센터 마정욱 센터장은 “독거노인 지원은 개인의 힘으론 절대 할 수 없으며 민관 협력의 토대가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어르신들의 높은 만족도를 통해 우리 사회에 희망나눔서포터즈 같은 민간 주도의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경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민간단체의 활동은 지역 복지기관, 지자체, 기업 등과 협업하며 체계적인 지원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어르신들의 고독감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고 나아가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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