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벨기에 펀드에 대한 후순위 미고지 논란에 이어 금융감독원에 고객이 넣은 민원을 답변하는 과정에서도 직원 증언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더리브스 취재에 따르면 원금손실 피해 고객 A씨에게 벨기에 펀드를 판매했던 당시 우리은행 부지점장 B씨가 자신이 벨기에 펀드를 불완전판매했다고 시인했으나 우리은행 본사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금감원에 답변서를 보낸 정황이 드러났다. B씨는 현재 퇴직했다.
직원 잘못 인정 내용 빠진 금감원 회신
A씨는 지난 2019년 6월 B씨를 통해 펀드 상품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에 가입했으나 해당 상품은 후순위로 원금을 돌려받게 돼 있어 전액 손실 위험에 놓인 상태다.
지난해 12월 A씨가 후순위 위험상품임을 뒤늦게 알고 문제제기했을 때 B씨는 해당 상품이 후순위임을 알지 못하고 판매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올해 초 A씨가 금감원에 민원을 넣은 후 받은 답변서에는 이를 시인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더리브스 취재 결과 A씨 민원이 우리은행에 전달된 당시 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이던 B씨가 판매 직원으로서 우리은행 본사에 진술한 바로는 선순위와 후순위가 있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은 증언이 담긴 걸로 파악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제출한 금감원 민원 답변서에는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더리브스가 확보한 녹취본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통화에서 “답변서가 이렇게(B씨 증언이 제외되고) 나간다는 걸 보여주더라”며 “거기(우리은행)서는 그렇게(공식 회신문에서 제외)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사측에 불리한 증언 숨겼나
담당 판매직원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본사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조사에 나서며 잘잘못을 가려내 문제를 시정하는 게 고객에 대한 신뢰가 생명인 은행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작 직원이 잘못을 인정하는데 은행 본사가 이를 축소시키는 격이다. 판매직원이 자신의 설명 미비를 인정했기에 그 자체가 증언이 됨에도 은행이 해당 내용을 배제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 본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어 민원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지난 1월 9일 금감원에게 보낸 민원 답변서에 따르면 사측은 요청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류상으로 보면 A씨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항목과 상품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는 항목 등에 체크가 돼있으며 해피콜 안내를 받았다는 이유 등에서다.
A씨와 B씨는 모두 이와 관련 고객서명과 해피콜은 형식적인 절차요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자가 구두로 잘못을 인정한 경우는 매우 중요한 증거로서 위 두 가지를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A씨는 “(우리은행은) 금감원에 보내는 엄연한 공문을 일관성 없이 선택적으로 작성했다”며 “법원에서도 증인 선서할 때 위증하면 큰 벌 받는 것처럼 배상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을 가져다 감독기관을 속이려고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더리브스 질의에 “만일 실제로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고객서명‧해피콜을 했더라도 설명 의무 위반이니 법을 위반한 불완전판매가 된다”며 “실제로 판매자가 그런 설명(불완전판매)을 했는지 안 했는지 사실관계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운 김홍태 변호사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후순위 미고지는 아주 중요한 점인데 얘기를 안 한 것”이라며 “다퉈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며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언급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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