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빛 바다·검은 우물…10년째 고통"...한전 필리핀 석탄발전소, 주민 건강·생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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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빛 바다·검은 우물…10년째 고통"...한전 필리핀 석탄발전소, 주민 건강·생계 위협

뉴스로드 2025-07-15 08:58: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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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MCJ/기후솔루션]
[사진=PMCJ/기후솔루션]

필리핀 세부주 나가시티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주민들이 10년 넘게 건강 악화와 생계 위협을 겪고 있는데, 한전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지 주민들은 석탄재에 물든 식수, 바다의 어족자원 감소, 호흡기 질환 등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도, 혜택도 없는 고통만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진=PMCJ/기후솔루션]
[사진=PMCJ/기후솔루션]

국내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이 15일 공개한 필리핀 시민사회단체 연합 ‘필리핀기후정의운동’(PMCJ)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가동을 시작한 한전의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어린이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천식, 폐렴, 피부병 등 각종 질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보건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이 증가했고, 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재와 오염물질로 마을 식수원은 검게 변색되며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인근 해역의 어획량은 크게 줄어 어민들의 생계도 타격을 입었다.

[사진=PMCJ/기후솔루션]
[사진=PMCJ/기후솔루션]

주민 도미나도르 바사야 주니어는 “우물물이 석탄재 탓에 검게 변했지만,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한 주민은 “피해를 입고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비싸고, 발전소로 인한 혜택은 하나도 없다”고 호소했다.

[사진=PMCJ/기후솔루션]
[사진=PMCJ/기후솔루션]

PMCJ에 따르면, 발전소 건설 초기부터 사업자는 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일부 가구에 이주를 권고했지만, 이후 공청회와 정보공개는 제한적이었고, 명확한 보상도 없었다. 현지 단체 CHANGE Naga의 라퀴엘 에시리투 대표는 “수질이 변하고 피부병이 늘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2012년 내부 조사에서 이 사업이 환경 및 주민 의견 수렴 등 내부 정책을 위반했다고 인정했으나, 시정 권고의 절반도 이행되지 않은 채 5년 만에 모니터링이 종료됐다.

PMCJ의 엘레노어 바르톨로메 총괄은 “한전은 해외 곳곳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병들게 하며 이익을 챙겨왔다”며 “더 이상 신규 자금이 이런 파괴적인 사업에 흘러들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은 지금이라도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에 나서야 하며, 완전한 탈석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한전의 석탄 사업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JP모건, 씨티, HSBC 등 채권 발행기관에 20여 개 국제단체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을 중단하라”는 공동서한을 보냈고, 글로벌 캠페인 플랫폼 ‘에코’를 통해 4만 명 이상의 시민이 이에 동참했다.

한전은 2022년부터 세부 발전소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3차례 입찰이 모두 무산됐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는 지난 5월 “한전 채권에 기후리스크가 누락됐다”는 공익 신고까지 접수돼 글로벌 자금 조달에도 부담이 커진 상태다.

아일린 리퍼트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글로벌 자본은 석탄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며 “한전이 계속 석탄에 머문다면 투자자와 규제기관의 신뢰를 잃고,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피해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전은 현재 필리핀 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석탄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전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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