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코스피가 14일 3200선을 돌파(3202.03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 정치권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드라이브가 시장 기대감을 자극한 결과다. 증권가는 앞다퉈 코스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중장기 랠리를 점치는 분위기지만, 공매도 급증과 밸류에이션 부담 등 단기 조정 압력도 뚜렷하다. 시장은 지금, 정책 모멘텀과 실물 펀더멘털 간 괴리를 좁혀야 할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
◇상법 개정 기대감, 증시 심리 회복 ‘엔진’으로 작용
올해 들어 증시는 대외 이슈보다 국내 정치발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기업 지배구조 개혁 기조가 투자심리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집중투표제 확대·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주 친화 정책들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저평가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법제화 방침을 밝히자,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지주사 등 저PBR 테마가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시장에선 “정치권이 직접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섰다”는 평가가 확산되며, 한국 증시 전반에 체질 개선 기대감이 유입되고 있다.
◇증권가 목표치 줄상향…JP모건 “2년 내 5000 간다”
국내외 증권사는 코스피 상승 여력을 높게 보며 잇달아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기존 2600에서 3500으로 상향했다. IBK투자증권도 상단 목표치를 3400으로 상향 조정하며 랠리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키움증권 이성훈 연구원은 “국내 정부의 증시 활성화 로드맵, 미국의 6월 CPI 발표, 주요 연준 인사 발언 및 미국 기업 실적 등 변수가 상존하지만, 3200선 안착 시도가 유력하다”고 분석하며 이번 주 코스피 밴드를 3080~3220선으로 제시했다.
가장 주목을 끈 전망은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발표다. JP모건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하며, “향후 2년 이내 코스피가 500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언한 점 ▲지배구조 개혁의 정책 연속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한국 증시는 일본·대만 대비 지속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었으며, 구조 개혁이 본격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급속히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증시는 오랜 기간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돼 왔다”며 “정치권의 적극적 개입이 이어진다면, 한국 증시는 이제 디스카운트의 정상화 궤도에 진입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외부 충격이 없다면, 현재의 강세는 단순 반등이 아니라 중기적 추세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급증 경고등…“기대와 현실의 괴리 불가피”
그러나 상승세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기대심리가 정책 이행 가능성보다 빠르게 시장에 반영되면서, 오히려 단기 조정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표적 우려 요인은 공매도 급증이다. 지난 3월 말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투자자들의 숏 포지션은 가파르게 늘었다. 7월 9일 기준, 코스피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9조445억원으로, 3개월여 만에 131%나 급증했다. 이는 공매도 재개 이후 최대치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SKC의 경우 시총 약 4조원 중 5.55%가 공매도 포지션으로 확인됐고, 한미반도체, 삼성이엔지, 호텔신라, 동방, 두산퓨얼셀, 한화비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다수의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들의 현재 주가는 고점”이라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먼저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한 뒤 싼 가격에 되사서 차익을 남기는 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잔고의 확대는 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표적 지표로 통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거래대금이 최근 정점을 찍은 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며 “현재 주요 업종과 종목 상당수가 실적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도달해 있어 가격 부담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 전반이 새로운 동력보다는 기존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전 포인트는 ‘정책 실현 속도’와 ‘글로벌 자금 흐름’
이번 랠리는 기존과 달리 정치권 주도의 구조 개혁 이슈가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치적 의지와 실물 정책 실현 간의 시차, 그리고 공매도 확대 등 수급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한다.
궁극적으로는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실제 입법화되고, 기업들이 이에 적극 호응해 배당 확대·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는가가 관건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사이클,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 기업 실적 등 실물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랠리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재 코스피는 ‘정책 기대의 정점’과 ‘현실 검증의 초입’ 사이에 있다.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이 시점, 시장은 명확한 구조적 이정표를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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