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특별기고] '격변의 시대'에 온고지신으로 재계가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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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특별기고] '격변의 시대'에 온고지신으로 재계가 대응해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7-15 06:50:00 신고

커리컬처=최로엡 화백
커리컬처=최로엡 화백

 지금은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의 한경연 지도부도 위기감이 없는 것 같다. 사회공헌과 경제교육을 새 지도부의 양대과제로 제시해 줬는데 반응이 없다. 깨끗한 시민운동(사회공헌)을 전개해 부패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경제교육)을 통해 공동체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3년전 이맘때 필자는 모 언론사에 정권 교체기에 재계의 대응이라는 컬럼을 쓴 적이 있다. 재계가 채용, 수출, 투자, 상생 등 본연의 활동으로 당당한 모습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정권이 바뀌면 재계는 긴장한다. 권력이 특혜나 이권을 손에 쥐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하더라도 애를 먹일 수 있는 장치는 무수히 쥐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하긴 했지만,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줄줄이 사법조치되는 사례를 보면서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기업인이 재계에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나라에 권력이 제대로 바뀐 것은 김영삼(YS) 대통령의 시대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여당의 대표를 지냈다고 하지만 정치경력의 대부분을 야당에서 투쟁하며 보냈고 재야, 노동 등 기업과 정서적 거리가 있는 계층을 지지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제에 대한 인식도 높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19932월은 마침 전경련도 최종현 선경(SK) 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하게 되어 정·재계의 수뇌부가 한꺼번에 바뀌게 됐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최종현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학구파였다. 그래서 전경련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원장을 맡으며 체계적인 정·재계 관계를 모색했다. 그의 구상은 정부와 재계가 국가경영에 합의된 과제가 있으면 역할을 분담해서라도 협력해 달성한다는 것, 쉽게 말해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정경협력을 내세웠다. 그래서 그는 취임과 함께 <경제계가 바라보는 새 정부의 국가경영>이라는 두툼한 정책제언을 경제계의 중지를 모아 전달했다.

그는 특히 재계의 쇄신을 선도했다. 오너들만의 리그로 불리어 온 전경련 운영에 전문경영인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기조실장회의>를 신설했다. 아울러 정부 실패에 버금가는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자율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독과점, 과당경쟁 등 재계에 쏟아지는 비난을 자율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인력과 자금을 중소기업의 애로점으로 파악하고 중소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연수원, 중기파이낸스 등 체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런 재계의 쇄신을 전제로 국가경영과제에 대한 새 정부와의 대화를 추진했다.”

최 회장이 이러한 노력들이 순탄하게 이어진 것 만은 아니다. 거꾸로 간 정치현실과 사건사고가 있었다. 아울러 3저 호황은 끝나가고 있었고 대규모 노사분규가 빈번했다. 게다가 시장 개방 등 선진국의 통상압력은 거셌다. 우리 경제의 생명줄과 같은 수출까지 휘청대기 시작했다.

전경련은 즉각 수출 총력 체제를 선언했다. 종합상사 사장단을 앞에 놓고 전경련 부회장이던 김우중 대우 회장은 문민정부 첫해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무역흑자를 실현해보자고 다그쳤다. 그는 이것은 경제가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자신감의 문제라고도 했다. 결국 문민정부 첫해인 1993년에 우리나라는 2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 전해인 1992년의 24.3억 달러 적자에서 반등에 성공했고 GDP성장률도 그 전해의 6.2%를 넘어 6.8%를 달성해 그런대로 괜찮은 경제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국제수지의 흑자 전환과 함께 고용,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경제회복에 재계가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며 재계와 정계의 관계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때마침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회장급의 경제사절단이 전경련 주도로 파견되면서 정상 외교의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기업인과의 만남을 꺼리던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만큼은 기업인들을 만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임기 말 YS가 제시한 세계화라는 구호는 최종현 회장이 주창했던 “Globalization”과 다르지 않았다.”

그 컬럼에서 필자는 이렇게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면 재계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채용, 투자, 수출, 상생, 사회공헌 등이 일상적 활동으로 자리 잡으면 긴장할 필요는 없다. 본연의 길을 걷는 당당하고 의연한 기업에는 아무리 정권이 바뀌고 정치가 변해도 국민들의 따뜻한 눈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효한 메시지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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