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최근 차세대 저전력 모바일 D램 ‘LPDDR6(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의 공식 표준(JESD209-6)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다시 한번 격변기에 들어섰다.
스마트폰·태블릿·자율주행차·엣지 컴퓨팅·온디바이스 AI 등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그간 DDR4 등 구형 D램의 단종 작업을 추진 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PDDR6 개발과 상용화의 선두주자로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LPDDR6는 기존 LPDDR5X 대비 최대 1.5배 향상된 14.4Gbps의 대역폭과 혁신적인 전력 효율, 그리고 AI·모바일 기기에서 요구되는 높은 신뢰성과 보안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듀얼 서브채널 아키텍처와 24비트 데이터 채널, 동적 전압 주파수 조절(DVFSL)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돼 모바일·엣지 AI·자율주행 등 차세대 IT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JEDEC는 컨소시엄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LPDDR6의 출시 및 상용화는 표준 제정에 따라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JEDEC에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LPDDR은 최근 AI 산업의 활성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인 만큼 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초격차 기술과 생산력으로 ‘왕좌’ 수성 노린다
삼성전자는 JEDEC의 표준 발표 직후 LPDDR6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12나노급 DRAM 공정을 활용해 수율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은 물론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삼성은 2025년 하반기 LPDDR6 양산을 목표로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공급 계약도 이미 논의 중이다.
삼성의 LPDDR6는 기존 LPDDR5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50% 이상 빨라졌고 전력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낮은 전압으로 작동하며 필요할 때만 메모리 일부를 활성화하는 등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폴더블폰, 게이밍폰 등 고사양 모바일 기기에서 하드웨어 발열 관리와 배터리 수명 연장에 큰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은 이번 LPDDR6 개발을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닌 미래 모바일 및 AI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무기로 강조하고 있다. 인텔, AMD,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모바일, 자동차, AI 시장을 겨냥한 LPDDR6 제품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CXMT,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빠른 시점이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폴더블폰 등 차세대 모바일 기기와 자율주행차, 엣지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파트너사와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은 “퀄컴의 차세대 AP(스냅드래곤 X Elite 2) 및 갤럭시 S26 울트라 등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자사 LPDDR6 탑재를 추진 중”이라며 “AI·모바일·로봇·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고속·초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SK하이닉스, ‘PIM·AI’ 혁신에 집중
SK하이닉스 역시 LPDDR6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LPDDR6-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을 삼성과 공동으로 표준화하는 등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연산 기능을 메모리 내부에 구현하는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LPDDR6-PIM은 데이터 이동 없이 메모리 내에서 연산을 처리해 AI·엣지 디바이스에서 대용량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AI 특화 메모리(PIM)와 고용량·고성능 제품군을 앞세워 스마트폰·자동차·AI 서버 등 다양한 응용처로 시장을 확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임의철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5월 열린 카이스트 AI반도체 최고경영자과정 워크숍에서 ‘AI 시대의 메모리 기반 반도체 솔루션’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LPDDR6-PIM 표준화 작업의 구체적인 완료 일정 및 PIM 시장 선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LPDDR5T(터보) 등 현존 최고속 모바일 D램을 양산하며 10나노급(1anm) 공정 기술력을 입증했다. LPDDR6 역시 빠른 시일 내 양산 체제를 구축, AI·모바일·AR/VR 등 신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초까지 LPDDR6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LPDDR6에서도 AI 특화·고성능 제품군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두 회사의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생산·생태계 협력’이다. 기술력의 경우 두 회사 모두 기존 LPDDR5X 대비 대역폭을 1.5배(최대 14.4Gbps)까지 늘렸고 전력 효율성과 데이터 무결성, 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삼성은 12나노 공정을, SK는 PIM 등 차별화된 기술로 앞세우고 있다.
생산력의 경우 삼성은 대규모 양산 설비와 파운드리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SK는 고성능·고용량화에 특화된 생산체계를 구축 중이다.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모바일 칩셋 업체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업계 관계자는 "LPDDR6를 지원하는 SoC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며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라며 "AI와 온디바이스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양강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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