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진짜 한국 맞아?”… 2년 연속 서울 한복판에서 자란 '열대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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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진짜 한국 맞아?”… 2년 연속 서울 한복판에서 자란 '열대 과일'

위키푸디 2025-07-14 23: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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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 숲에서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렸다. / 녹색어울림 오영록 팀장
8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 숲에서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렸다. / 녹색어울림 오영록 팀장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바나나가 열렸다. 7월 중순, 한낮 햇볕이 아스팔트를 지글지글 달군다. 기온은 연일 38도를 넘기고 습도는 80%에 육박한다. 이쯤 되면 에어컨 없는 공간은 사우나와 다름없다. 그런데 그 더위 속에서 먼저 반응한 건 식물이었다. 8일,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서는 동남아에서나 자라는 바나나 나무가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바나나가 열렸다는 말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한다. ‘설마’라는 반응부터 ‘비닐하우스겠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바나나는 그런 말이 무색하다. 비닐하우스도 없이, 누구나 오가는 주말농장 한켠의 맨흙 위에서 자라났다.

서울에 바나나 나무를 심은 이유

바나나 나무 자료사진. / Jirapron tongudom-shutterstock.com
바나나 나무 자료사진. / Jirapron tongudom-shutterstock.com

오영록 씨는 11년 전 서울 노원구 도시농장 한켠에 바나나 나무를 심었다.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그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보며 ‘서울에서도 바나나가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실험에 가까운 시작이었다.

바나나 나무는 오랜 시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7년이 흘렀고, 어느 해 처음 꽃이 피더니 이듬해 열매가 맺혔다. 노지에서 자란 바나나였다. 오 씨는 “기분이 좋다기보다 기이했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돌본 나무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매를 맺는 광경은 그조차도 낯설었다.

올해는 아예 시작부터 달랐다. 5월부터 30도를 넘기더니 6월엔 거의 열대처럼 변했다. 장마도 일찍 끝났다. 서울 날씨는 동남아 같았다. 사람은 더위에 지쳤지만 바나나는 더 잘 자랐다. 7월 초, 이미 손바닥보다 큰 바나나가 송이째 맺혔다.

심은 바나나는 필리핀에서 들여온 일반 품종이었다. 특별한 개량 없이 그대로 심었다. 겨울엔 온실에서 지내고, 봄이면 노지로 옮겨졌다. 과거엔 서울의 여름이 바나나가 자라기엔 부족했지만, 요즘은 기온과 습도가 크게 오르면서 바깥에서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서울의 여름이 바나나에게 맞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농부로서 바나나를 키워 수확한 건 자랑거리였지만, 오 씨는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바나나가 열린 건 기후변화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걸 직접 목격하는 수준”이라며 “식물들이 먼저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4.5도였다. 전년보다 0.8도 높았다. 113년 만에 가장 더운 해였다. 서울만 뜨거운 게 아니다. 전국이 그렇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바나나가 자랄 수 있는 시대

바나나 나무 자료사진. / Bowonpat Sakaew-shutterstock.com
바나나 나무 자료사진. / Bowonpat Sakaew-shutterstock.com

농촌진흥청은 2050년쯤이면 한반도의 절반 이상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나나, 애플망고, 레드향, 천혜향 같은 아열대 작물이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작물 재배지 예측을 보면 서울과 강원도 일부도 새로운 재배지로 포함되고 있다.

물론 아직 겨울은 어렵다. 노지에서 사계절 바나나를 키우기엔 서울의 겨울은 여전히 춥다. 오영록 씨도 겨울에는 바나나 나무를 온실에서 보호한다. 하지만 매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 속도라면 그 경계도 무너질 수 있다.

서울 노지에서 바나나가 열린 건 분명 뉴스거리다. 하지만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신기하다”, “먹어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바나나는 그저 서울의 기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일 뿐이다. 동남아에서 자라던 작물이 서울에서 열렸다는 건, 이 도시의 기후가 이미 달라졌다는 뜻이다.

여름철 바나나의 놀라운 효능

노란 바나나 자료사진. / irfan khan moosa khan-shutterstock.com
노란 바나나 자료사진. / irfan khan moosa khan-shutterstock.com

한여름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속도 자주 불편해진다. 이럴 때 바나나는 부담 없이 챙겨 먹기 좋은 과일이다. 수분 함량이 높고 단맛도 적당해서 한두 개만 먹어도 허기나 갈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서울 노지에서도 자라기 시작한 바나나는, 원래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답게 여름철 몸 상태에 잘 맞는다.

바나나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땀을 많이 흘릴수록 체내 전해질 균형이 무너지기 쉬운데, 바나나는 빠르게 칼륨을 보충해준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쉽게 쳐지는 몸의 균형을 다시 잡아준다. 여름철 갑작스러운 다리 경련이나 무기력감이 생길 때 바나나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화가 잘되는 것도 장점이다. 섬유질과 펙틴이 풍부해 장을 부드럽게 자극한다. 냉음식이나 잦은 외식으로 속이 더부룩할 때도 바나나는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당 흡수 속도도 완만해 에너지원으로도 충분하다. 운동 전후, 장거리 운전 중, 입맛 없는 더운 날 아침에도 잘 어울린다.

무더위 바나나 제대로 먹는 법

바나나는 껍질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하지만 여름철엔 실온에 오래 두면 금방 물러지거나 껍질이 검게 변한다. 과육이 상한 건 아니지만 보기에도 좋지 않고 식감도 떨어진다. 바나나는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아예 껍질째 냉동해두는 게 낫다.

숙성이 많이 된 바나나는 믹서에 갈아 스무디로 마시거나, 우유·두유와 함께 넣어 간단한 식사로 먹을 수 있다. 얼린 바나나는 요거트에 얹으면 차갑고 달콤한 간식이 된다. 얇게 썰어 에어프라이어나 팬에 구워 먹으면 단맛이 더 진해지고 질감도 달라져 한 끼 간식으로 손색이 없다.

여름철 바나나 보관방법

껍질에 갈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바나나는 당도가 가장 높다. 말랑하고 부드러워 생으로 먹기에 가장 좋다. 반대로 껍질이 노랗기만 하고 단단할 땐 요리에 활용하는 쪽이 더 낫다.

덜 익은 바나나는 팬케이크나 머핀 반죽에 넣어 구워도 되고, 바나나칩처럼 잘라 말려도 된다. 잘 익은 바나나는 오트밀, 토스트, 시리얼 등에 섞으면 설탕 없이도 단맛을 낼 수 있다. 냉동 보관한 바나나는 꺼내 5분쯤 두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 별다른 조리 없이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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