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희재 기자] "굶주렸지만, 총명한 늑대 군단처럼!" 안준호(69)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의 호소가 통했다.
한국은 11일과 13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2025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일본에 각각 91-77, 84-69로 승리했다. 가와무라 유키(시카고 불스), 하치무라 루이(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등 핵심 전력이 빠졌으나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21위인 일본을 53위인 한국이 두 차례나 제압했다.
에이스 이현중(25·일라와라)이 한일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호주 리그에서 뛰는 이현중은 2경기에서 44점을 몰아치며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1차전에서 25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차전은 3쿼터까지만 뛰고도 19점 12리바운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장기인 3점슛을 9개나 꽂아 넣으며 '한국 최고 슈터'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소집과 다른 결과다. 이현중은 당시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목표로 삼고 긴 해외 생활을 이어가 오랜만에 국내 팬들에게 인상을 남길 기회였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아쉬웠다. 이현중은 홈에서 인도네시아전 12점 11리바운드, 호주전도 14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분전했으나 3점슛 성공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전은 11개를 던져 단 1개만 성공했고, 호주전은 4개를 시도해 모두 림을 외면했다. 높이가 약한 팀 사정상 골밑 싸움에 가담하다 보니 슈팅 감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또 다른 해외파 여준석(시애틀대)과 4년 만에 함께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두 장신 포워드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추구하는 안준호호 스타일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현중(202cm)은 여준석(203cm)과 시너지를 내며 전보다 리바운드 부담을 덜고 슈팅에 집중, 한 단계 더 진화했다.
한국 남자농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세계 무대는 물론, 최근 수년간 아시아 무대에서도 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오는 8월 열리는 2025 FIBA 아시아컵에서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준호 감독이 한일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향해 늑대처럼 싸울 것을 주문한 이유다. 그는 13일 경기 후 "우리는 아시안컵 죽음의 조에 있다. 죽음의 조에서 정말 죽어버릴 건가, 아니면 살아남아서 전설이 될 것인가 물었다"고 말했다. 해외파 이현중과 여준석이 앞장서서 투지를 보여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은 오는 18일과 20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2차례 평가전을 이어간다. 카타르는 호주, 레바논과 함께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맞대결을 앞둔 팀이다. 한국은 진화하는 에이스, 이현중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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