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시작되며 에어컨을 어떻게 틀어야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제습 모드가 냉방보다 싸다'는 말이 소문을 타면서, 에어컨을 틀 때 어떤 모드가 더 절약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조건 제습’이 답은 아니다. 에어컨의 종류와 실내 환경, 사용 시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사용’이 더 중요하다.
전기료 아끼려면 계속 켜두는 게 좋을까
에어컨 전기료를 아끼려면, 먼저 우리 집 에어컨이 어떤 방식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2011년 이후에 출시된 에어컨은 대부분 '인버터' 방식이다. 이 방식은 처음 가동할 때 강하게 돌고, 목표 온도에 도달하면 출력만 낮춰 유지한다. 자동차가 정속 주행할 때 연료를 덜 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버터형은 90분 이내 짧은 외출이라면 계속 켜두는 게 전기료를 아끼는 방법이다. 외출 시간이 길지 않은데도 껐다 켜기를 반복하면 오히려 재가동 시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주로 '정속형'인 구형 에어컨은 실외기를 껐다 켰다 반복하며 작동한다. 이 방식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내가 시원해졌다면 전원을 끄는 것이 낫다. 정속형은 실외기를 한 번 켤 때 최대 출력으로 돌려야 해서, 짧은 시간이라도 꺼두는 편이 오히려 소비 전력을 줄일 수 있다.
제습 vs 냉방... 정답은 '상황에 따라'
제습 모드가 냉방보다 전기를 덜 먹는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에어컨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먹는 건 '실외기 압축기'다. 그런데 이 압축기는 냉방과 제습 모드에서 모두 작동한다. 기능만 다를 뿐, 전력 소비는 켜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냉방 모드는 설정 온도까지 빠르게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능이다.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 출력이 자동으로 낮아지고 유지 단계로 접어든다. 이때 공기 중 습도도 일정 수준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반면 제습 모드는 온도보다는 습도에 집중한다. 실내 팬의 속도를 줄여 찬 공기를 천천히 순환시키고, 공기 속 수분을 냉각핀에 오랫동안 머물게 해 물방울로 만든다. 온도는 덜 내려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다.
그래서 '덥지 않지만 끈적한 날씨'에는 제습 모드가 전기 아끼는 데 유리하다. 실내 온도가 이미 낮지만, 습도가 80% 이상일 경우, 제습만으로도 쾌적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실내 온도가 높고 습도도 높은 ‘찜통더위’에는 냉방 모드로 한 번에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편이 효율적이다. 제습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결국 실외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고 전기료가 더 나올 수 있다.
요약하면, '덥고 습할 땐 냉방', '덥진 않지만 습할 땐 제습'이 전기료를 아끼는 공식이다. 제습은 냉방 기능을 일부 제한하면서 습기만 제거하려는 동작이기 때문에,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켜면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냉방 효과 높이는 생활 속 절전 팁
에어컨을 똑똑하게 사용하는 건 모드 선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설정, 같은 온도여도 생활 습관에 따라 전기료는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
먼저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냉방 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에어컨에서 나온 찬 공기를 실내 전체로 골고루 퍼뜨려 실외기의 가동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에어컨을 등지고 바람이 집 안 깊숙한 곳으로 흘러가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에어컨 필터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더운 날 자주 사용하는 집이라면 2~3주에 한 번씩 청소하는 것이 좋다. 먼지가 쌓인 필터는 공기 흡입을 방해해 실내가 더디게 시원해지고, 실외기 가동이 길어지는 원인이 된다.
실외기 관리도 중요하다. 실외기 송풍구 앞에 물건이 쌓여 있거나 통풍이 막히면 내부 온도가 상승해 에어컨 효율이 뚝 떨어진다. 옥외 실외기는 직사광선을 피하되, 통풍이 막히지 않도록 간격을 두고 그늘막을 설치해야 한다.
추가로, 창문과 문틈에 단열 뽁뽁이나 고무 패킹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외부 더운 공기의 유입과 찬 공기의 누출을 막아 냉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전력의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활용하면 절감한 전기량에 따라 실제 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이 제도는 같은 달 2년 평균보다 전기를 3% 이상 덜 쓰면, kWh당 최대 100원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전력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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