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天光, 하늘의 빛)이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실전에 배치된 가운데, 출력을 강화한 레이저 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육군에 따르면, 천광은 에너지가 집약된 레이저 빔을 이용해 빛의 속도로 표적을 공격할 수 있고, 포탄도 따로 필요 없어 일명 ‘꿈의 무기’로 불린다. 2019년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이라는 명칭으로 개발에 착수돼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실전에 배치되면서 전 세계 군사 관계자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대신 출력은 20kW(킬로와트) 수준. 출력이 1kW인 전자레인지의 약 20배로 2~3km 거리의 드론이나 소형 무인기를 섭씨 700도 이상의 열로 파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최근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레이저무기의 출력은 수십kW에서 메가와트(MW)까지 다양하다. 소형 무인기를 비롯해 전차, 선박, 순항 및 탄도 미사일 등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통상 100kW 이하의 출력으로는 무인기, 로켓, 야포, 박격포, 소형 보트 등을 파괴할 수 있고, 출력이 300㎾는 순항미사일, 그리고 1메가와트 이상은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미국은 50~60kW급의 레이저무기를 장갑차와 함정에 탑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사일 요격용으로 메가와트급 출력의 레이저무기를 오는 2030년대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또한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의 레이저 사양 격인 100kW급 아이언 빔을 올해까지 실전 배치해 최대 7km 거리의 로켓포탄과 드론, 미사일 등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군사적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도 최근 레이저무기 기술 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무인기와 정밀 유도무기를 파괴할 수 있는 30㎾급 레이저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정부는 중국이 위성 센서를 파괴하고 훼손하는 레이저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은 이미 수백 kW급 고출력 레이저 무기의 실전 배치와 운용 시험에 돌입한 가운데 천광도 점진적으로 출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육군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이전까지 차량 탑재용으로 출력이 30kW급인 블록-II를 개발하고, 2030년 이후에는 100kW급 블록-III를 개발해 중거리 무인기는 물론, 미사일 요격 등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레이저무기 개발이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는 배경에는 초정밀성과 신속성 외에도 경제성도 크게 작용한다. 즉 발사 당 비용(cost per shot)이 기존 재래식 유도무기와 포탄보다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고도 요격미사일인 사드(THAAD)는 요격미사일 한 기당 가격이 약 110억원에 달하고, 국산 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은 1기당 약 2억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레이저빔을 1회 발사하는 데 비용은 약 1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점 덕분으로 레이저무기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큐와이리서치(QY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 규모는 2025년 7억 4300만달러(약 1조200억원)에서 연평균 20.35% 성장해 오는 2031년에는 22억5700만달러(약 3조1000억원)로 약 3배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큐와이리서치는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는 레이저 무기를 강력한 적들의 첨단무기와 장비에 대응하기 위한 비대칭 전투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예로 “중동에서는 드론과 로켓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레이저무기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면서 “지속되는 지정학적 긴장은 첨단 방위 시스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20kW급 천광이 레이저 대공무기로는 세계 최초로 전력화하는 성과는 거뒀지만, 최근 추세처럼 수백 kW급 출력과 비교하면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격차 크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레이저무기의 활용 범위를 더 확대하고, 향후 K방산의 주요 제품군에 포함되려면 고출력 레이저무기 개발은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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