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인 10명 중 7명가량은 괴롭힘을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 중 18%는 죽음까지 고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1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4.5%였다.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38%)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행위자라는 응답이 31.6%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상대를 무시·비하하거나 헛소문을 퍼뜨리는 모욕·명예훼손(18.8%)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업무를 떠넘기고 야근을 강요하는 등 부당 지시(18%), 회식이나 음주, 흡연 등을 강요하는 업무 외 강요(17.1%) 등의 괴롭힘을 받았다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괴롭힘 수준의 심각성을 물어보자 응답자 42.6%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중 18%는 괴롭힘으로 인한 자해·스스로 목숨을 끊을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들에게 대응 방식을 물어본 결과,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55.7%로 가장 높았다. ‘회사를 그만뒀다’ 응답도 18%나 됐다. 회사, 노동조합,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모두 15.3%에 머물렀다.
이들이 괴롭힘 피해를 입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였다.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2.3%)가 그 뒤를 이었다.
괴롭힘 경험 여부와 무관하게 직장인 1000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쉽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3.5%로 파악됐다. 신고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응답자들은 ‘인사 등 불이익’(36.6%)과 ‘신고인·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서’(36.3%)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신고를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도 20.5%로 높았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프리랜서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 등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셀프 조사’를 행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고용노동부 지침상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일 경우에도 근로감독관의 조사와 사용자의 자체 조사가 동시에 이뤄진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노동청의 부적절한 내부 사건 처리 지침, 법 취지에 역행하는 판단 기준 적용, 근로감독관의 전문성·감수성 부족 등으로 피해자들은 노동청 진정 이후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내부 사건 처리 지침의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부분을 즉각 개정하고 사건 조사 시 ‘일회성 행위이므로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판단 기준을 폐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피해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권침해 문제인 ‘직장 내 괴롭힘’만이라도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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