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한달여 동안 대내적으로는 협상 체제를 확대 일신하고 짧은 시간에도 불구 협상 파트너들과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켰다"며 "이제 협상을 가속화할 단계라고 자평한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마감이 20여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는 선택을 결정할 시간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미국은 이달 8일까지 한국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를 유예할 방침이었다. 이에 여 본부장은 지난 5~10일 방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 관세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다음달 1일로 추가 유예하겠다는 무역 서한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왔다.
여 본부장은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타국의 협상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1기때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 양국 관계만 살폈지만 현재는 20여개국이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글로벌 통상체제를 주조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나라와의 협상 구도가 상호간 영향을 미치는 복합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관세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던 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도 20%에서 30%로 올랐고 25%였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각각 30%·35%, 일본은 24%에서 25%로 올랐다"며 "많은 국가에서 합의에 근접했다고 생각한 순간마저도 롤러코스터같은 상황을 맞은 것을 주목해야한다. 지금 어느 나라도 예단하기 어렵고 협상 끝난 이후에도 방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향후 협상 추진 과정에서는 제조업 협력을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무역적자 구조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미 투자와 구매, 무역장벽,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상호관세 25%와 자동차(25%), 철강(50%) 등 매우 불합리한 불공정 대우다. 향후 한미 협력 가능성을 심하게 저해해 철폐 또는 대폭 인하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는 제로섬 프레임의 파이를 더 크게 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파지티브하게 바꾸고자하는 제안이다. 남은 20여일 동안 실용주의적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투자와 구매 등 기업이 결정하는 만큼 정부는 대화를 촉진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보조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기업들도 기존 수출 위주의 공략에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적응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오랜 기간 동안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많은 방안을 모색해 왔을 것이다. 첨단기술분야에 있어서 양국정부 함께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모색할 부분도 있는 만큼 기업을 서포트하는 방안도 양국이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산물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랑 통상 협상을 하더라도 고통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다. 다만 협상 이후 산업경쟁력으로 보면 강화된 부분이 있다"며 "농산물 부분도 우리가 전략적인 판단 해야 할 것이다. 지켜야할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의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말을 하기엔 어렵지만 제도개선과 경쟁력 강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유연하게 볼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고 패키지를 만드는게 중요한 만큼 그런 부분에서 초점을 맞춰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향후 협상에 대해서는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미국의 협상 패턴을 보면 모든 디테일을 담지 않고 큰 그림의 차원에서 합의한 뒤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원칙적 합의를 한다고 가정하고 계속 추가로 협상하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 된 뒤에도 협상을 지속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8월 1일 이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최상의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지금 우리가 처한 협상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최상의 상황을 위해 최선의 노력 다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여러 원인으로 인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함께 대비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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