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_Pub: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말보다 먼저 도달하는 ‘기다림’의 온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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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_Pub: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말보다 먼저 도달하는 ‘기다림’의 온도에 관하여

투데이신문 2025-07-13 19:33: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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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br>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는다. 질문하고, 대답하고, 설명하면서 타인의 마음에 가까워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질문보다 관찰이 더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곽현주 작가의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속 주인공 이윤이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작은 커피숍에서 묵묵히 손님들을 관찰하며, 말없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윤이. 그의 조용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자기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곽현주 작가는 ‘기다림’과 ‘침묵’이라는 소극적으로 보이는 태도 속에서 오히려 가장 적극적인 사랑의 방식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휠체어가 그의 일상을 지탱하는 수단이라면, 글쓰기는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휠체어를 탄 채로 세상의 시선과 말들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경험은, 역설적으로 타인을 향한 가장 세심한 배려의 언어로 승화됐다.

예비 교사이자 신예작가인 그가 건네는 위로는 화려하지 않다. 뜨거운 커피가 서서히 식어가는 속도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는 온기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멈춤이 필요한 우리에게, 곽현주 작가의 이야기가 건네는 따뜻한 정적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처음 인터뷰 자리에 나서게 되신 소감은 어떠세요.

떨리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제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거든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처음 생각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어요. <작가가 되고 싶어> 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청소년 소설이라 허구적인 요소가 많았겠지만, 그 책을 읽고 처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참 멋지고 흥미로운 일이구나, 나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라고요.

- 초등학교 때부터 품어온 그 꿈이 지금 작가님께 글쓰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를 쓰기 시작하신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제게 글쓰기는 '해소'의 정점에 있는 행위 같아요. 제 성격이 고민이든 기쁜 일이던 타인에게 말로 잘 꺼내지 못하거든요. 제 말이 어떻게 들릴까, 걱정도 많이 되고요. 그런데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 있으면 흘러가지 않고 고여서 무거워지더라고요. 글로 풀어내면서 그 감정들을 가장 명확히 마주해요.

두잇커피를 쓰기 시작할 때가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였어요. 원인을 제거해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차라리 방법을 찾았을 텐데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신경이 민감해졌는지 평생 듣던 말들이 저를 툭툭 놀리는 기분이었어요. “아유, 젊은 애가 어쩌다 휠체어를 탔어”와 같은 말들이요. 보통은 의연하게 농담하며 잘 넘기는데, 그때는 마음이 잠잠하지 않을 때라 그런지 그런 말을 넘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죠.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br>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

- 그런 힘든 감정들을 겪으시면서도 주인공 이윤이는 오히려 말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읽어내는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질문보다 관찰을 택한 이런 인물을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제가 그런 사람을 아주 많이 갈망했던 것 같아요. 간절했어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사람,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사람이요. 저는 세상 속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이거든요.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휠체어를 타고도 일상생활을 아무 문제 없이 잘 해낸다는 그 사실만으로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안쓰럽게 느끼기도 해요.

그런 시선에 제 마음이 지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저 말없이 가만히 기다려주는 이윤이가 제게 필요했어요. 이윤이는 저를 보는 타인에게 바라는 요소가 들어간 인물이에요. 절대 타인보다 먼저 움직이거나, 함부로 묻지 않거든요. 손님이 다가와 망설이는 기척을 느낀 후에야, 그제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조심스레 물어요.

그래서 저는 타인을 바라볼 때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관심을 두게 됐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 말하지 못하는 아픔들이요. 그런 것들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려는 시선이 작가로서 제게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세상으로부터 바라던 그런 시선을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건넬 수 있게 된 거죠.

- 이윤이가 머무는 ‘두잇커피’라는 공간을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지만 동시에 깊은 치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요.

커피숍이라는 공간은 하루에도 수십, 많으면 수백 명의 사람이 오가요. 그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외양을 보게 되죠. 아주 빠르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판단하게 되는 거예요. 겉모습만으로요. “저 사람은 옷을 왜 저렇게 입었지?”, “어머, 저 사람은 이 커피를 마시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이에요.

저는 그걸 깨고 싶었어요. 잠깐, 속모양을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이 카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두잇커피를 변화하는 감정을 진솔하게 마주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야 자신도, 타인도 살필 수 있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니 연기처럼 스미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첫 골을 넣었을 때와 비슷한 환호를 했다. 손님의 얼굴에도 기쁨이 점철되었다. 동시에 어딘가에서 해방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 「루비쿠키의 정체」 중에서
 

‘내가 견딜 수 없는 사람’이라 칭하곤 하는 유형의 기준점이 되는 이가 바로 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한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이상하지만 책임감 있는 사람.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극단이 마주하고 있었다. - 「12시 55분 레모네이드 걸」 중에서


발이 한번 푹 닿기만 해도 영원히 발자국이 남을 것 같은 설경이었다. 라테 위에 자리한 휘핑크림 같기도 했다. 머금고 느끼는 달콤함을 표 내지 않아도 그 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구태여 좋다고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좋았다. 이런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고도, 표지판도 없이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이었다. 삶에서 오는 예상치 못한 기쁨처럼, 시작점은 명확하나 끝점은 흐릿한 슬픔처럼. 이 모든 게 현실임을 일깨워주는 목소리가 있었다. - 「설경은 휘핑크림 맛」 중에서

 

- 그 공간에서 에피소드마다 ‘루비 쿠키’, ‘레모네이드 걸’과 같은 감각적인 메뉴명이 제목으로 사용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페의 메뉴가 감정의 상징이 되고 있어요.

에피소드별 제목을 처음 딱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레모네이드를 먹어 본 사람은 딱 떠올릴 수 있죠. 쿠키도 마찬가지고요. 누구나 아는 익숙한 메뉴에 궁금한 요소를 넣어 이야기를 기대하도록 만들고 싶었죠.

예를 들면 “어? 내가 아는 쿠키는 디저트인데 루비는 어떤 연관이 있지?”, “설경을 왜 휘핑크림 맛이라고 했을까? 내가 아는 휘핑크림은 달콤한데 설경이 달콤하다고?” 이런 식으로요. 또 카페가 중요한 공간인 만큼 메뉴들을 제목으로 넣는다면 통통 튈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사실 커피는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것 중 하나에요. 매일 한 잔씩 마시기도 하고, 하루에 여러 잔 마시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사람의 내면은 어떨까요. 커피를 자주 마시는 것만큼 내가 내 속을 들여다보거나, 타인과 내가 서로의 속을 들여다보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비를 확실하게 나타내고 싶었어요.

- 작품 전반에는 ‘관계’라는 깊이 있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어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어떤 방식에 가까운가요.

앞서지 않는 위로입니다. 먼저 말을 얹지도 않고, 판단하지도 않는 그저 기다리는 위로요.

제가 생각했을 때, 요즘은 한꺼번에 많은 이야기가 떠도는 시대인 것 같아요. 사람들뿐 아니라 유튜브, 릴스,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소리와 이야기가 흘러나와요. 그런 세상에서 두잇커피는 침묵과 돌아봄을 택해요. 이윤이도 말을 더하지 않고, 손님들도 두잇커피에서 이윤을 만난 후 자신의 시간을 되돌려봐요.

큰 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가만히 서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고, 회상하며 옮기는 조용한 발걸음이죠. 우리에겐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수단이 두잇커피라고 생각해요.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br>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

- 그런 ‘기다리는 위로’를 건네는 이윤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시면서, 작가님 자신도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이윤이를 통해 결국 작가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이윤이는 잠잠하게 기다리는 인물이에요. 기척이 느껴질 때까지 그저 지켜보죠. 타인에게는 그런 이윤이가 정작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해요.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조용히 살피거나 기다리지 못한 채 계속 들쑤셔요. 제가 그 모습을 똑같이 가지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이 나름 잠잠히 바라봐 주기를 원하면서 스스로에게는 그러지 못했어요. 누구보다 먼저 재단하고 시끄럽게 몰아붙였어요.

“네 모습을 봐, 가장 매섭게 너를 단언하는 건 사실 너 자신이야. 이윤이처럼 그저 잠잠히 기다리고 다독여.”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윤이는 반성의 산물이자 갈망이에요.

-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는 과정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를 ‘책’으로 세상에 꺼내야겠다고 결심하신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처음부터 출간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글로 풀며 제 마음을 다독이는 게 급선무였어요. 그러다가 다독이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을 느꼈어요. 아무리 내 마음이 달라져도, 내게 무례하고 독한 말을 무심코 하는 사람이 없어지거나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럴 바엔 차라리 그러지 말라고 세상에 대고 크게 말하고 싶었어요. 그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책 출간이라 생각했어요.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라는 이름으로 나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믿기지도 않았고요.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어요. 조금 지나니 설렘보다는 두려운 마음만 가득했죠. 제 글이 정말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등장하는 것이 맞나. 덜덜 떨었어요. 책 작업을 하며 스스로 가장 많이 한 말이 나 자신을 믿지 말고 편집자님의 말씀과 안목을 믿자는 것이었어요.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br>
첫 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를 펴낸  곽현주 작가. [사진제공=미다스북스]

-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하면서도 편집자님께는 많이 배웠다는 말씀이 재미있네요. 예비 교사이자 작가로서 이 두 정체성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수업 스킬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배워요.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학생들을 살피는 방법이에요. 결국 교사는 아이이자 한 인격체의 뿌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어떤 마음에서 이 말을 하는지. 아이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알아야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줄 수 있죠. 제가 가진 이 생각이 인물을 구상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아이를 이해하듯 인물을 깊게 이해하며 디테일을 만들어가려 노력해요.

아직 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교사가 되더라도, 제 이야기가 학교나 학생을 중심에 두고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교사라는 정체성이 당연히 제 세계를 확장해 줄 수는 있겠지만, 특정 직업인으로서 제 이야기 대신 그저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작가이자 교사가 되고 싶어요.

-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말씀이 있다면.

저는 사실 카타르시스가 가득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가님들을 동경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단숨에 독자를 확 끌어들이는 이야기도 좋지만, 스며드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따뜻함이 오래 지속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물론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깊게요.

이 책은 극적인 요소 가득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전개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요. 뜨거운 커피가 식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느껴요. 내 마음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울 때, 세상에서 나를 향해 내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울 때 이 책을 한번 펼쳐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온전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마음이 고요해지면 그때는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실 수 있을 테니, 그때 한번 삶의 태도에 관해 돌아보세요.

책 속 문장처럼 다 아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우린 저마다 얇고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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