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와의 오·만찬을 넘어 다양한 대상과 형식을 아우르며 '광폭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처럼 국민 통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광폭 소통 행보에서 두드러지는 건 식탁에서 정치를 풀어가는 '식사 정치'다. 취임 첫 한 달 동안 여야 지도부와 여섯 번의 오·만찬을 함께한 데 이어 대상과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함께 오찬을 가졌다. 특정 진영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진영의 인사들과 만나 '국민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찬을 함께한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과 두 언론인은 2시간 동안 국제, 정치,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애기들이 환담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며 "두 원로 언론인의 참여와 지혜를 보태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수석이 전했다.
두 언론인은 한미·한일·한중 관계와 관련해 지난 수십년 동안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언급하며 어떤 방식으로 외교관계를 끌고 가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정 전 주필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평가해 잘하는 곳에 더 많이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며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지방에서도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정 전 주필은 오찬 다음날인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규재TV'를 통해 "(시 주석이) 9월에 APEC 정상 회담(회의)에 올 거다, 이렇게 이 대통령이 얘기를 했다. 온다고 본다, 올 거다,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APEC 정상회의에) 와야 하는데 아직 결정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이 '일본보다 우리가 미국과 무역 교섭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요지의 얘기도 했다"며 "일본이 미국과 주고받을 게 거의 없고 일본 (참의원) 선거 기간이라 협상이 진행되지 않아 공통의 컨센서스를 만들기 어렵다고 (이 대통령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선 이 대통령이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골목경제 살리러 직접 삼겹살집서 외식 나서
이 대통령은 11일 대통령실 직원들, 시민들과 함께 외식을 하며 골목 경제 살리기에도 나섰다.
이날 저녁 6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삼겹살집 '흥남부두'를 찾은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오겹살에 소맥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 지난달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된 파견 공무원, 청와대 복귀 업무 담당자, 경주 현지에 파견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 요원, 채용 업무 담당자 등이 함께 했다.
'대통령과 외식합니다, 골목 경제를 살리는 한 끼'라는 제목의 이날 행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소비 심리 촉진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제안해 마련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도, 인수인계할 직원도 없이 폐허 같았던 대통령실에서 헌신해 온 여러분과 편하게 밥 한 끼 먹고 싶었다"며 "공직자의 1시간은 5200만 국민의 1시간이라는 사명감으로 함께 일하자"라고 당부했다.
이어 직원들을 퇴근시키곤, 식당 사장과 종업원, 손님들과 자연스레 합석하며 서민,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밥상 물가를 직접 물었다.
시민들은 "주가가 올라 기분이 좋아서 외식하러 나왔는데 대통령까지 만나니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오늘은 돼지고기지만 소비쿠폰이 나오면 소고기를 먹겠다",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소통 행보를 더 늘려달라", "취임할 때보다 퇴임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소비 촉진과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서민경제를 살릴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내수 회복을 이어갈 후속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 골목경제를 살리는 외식 한 끼에 국민 여러분도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종교 지도자 만나 "사회 갈등 격화...어른 역할 해달라"
지난 7일에는 7대 종교 지도자 11명과 함께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불교계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개신교에서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목사, 천주교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참석했고,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최종수 성균관장, 박인준 천도교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도 함께했다.
오찬에서는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종교계의 역할과 교육, 인권 평화, 민주시민 양성, 기후 위기 지방 균형 발전, 약자 보호, 의정 갈등 해소 등 폭넓은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갔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종교 지도자들의 혜안과 지혜를 80여 분간 경청한 이 대통령을 보며 진우스님은 '참모들은 코피가 난다는데 대통령은 귀에서 피가 나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됐고 갈등이 격화됐다"며 "종교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종교의 기본 역할인 용서, 화해, 포용, 개방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게 종교계의 역할과 몫이 늘어나길 기대한다"며 "종교계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어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SNS로 업무지시..."소통 방식 다양화"
국정 운영 지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실시간으로 업무 지시를 내렸고, 김 총리는 이를 외교부 2차관에게 전달하며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오전 7시40분 김 총리를 태그한 뒤 "총리님, 경주 APEC 관련 인프라 시설 진척사항을 잘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남겼다.
이에 김 총리는 25분만에 답글을 형태로 "대통령님, 지금 그렇지 않아도 APEC 현장 1차 점검을 위해 경주로 달려가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종합 파악하고 향후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오늘 점검 후 바로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35분 김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다시 답글을 달고 "대통령님, 경주 APEC 1차 점검 마치고 기차 안"이라며 "내주부터 매주 경주의 숙소 등 신축 현장을 챙기고 다음 주에는 총문화감독 등과 문화콘텐츠 점검을 하려 한다"고 보고했다.
이어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태그한 뒤, "내주 15일 인프라 관련 준비 점검, 16일 문화 관련 보고와 토론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공식 X 계정을 통해 김 총리가 글을 올린 지 1시간 뒤 답글을 통해 "총리님,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는 K-APEC이 될 수 있도록 APEC 준비기획단도 열심히 발로 뛰겠다"며 "오늘 지적하신 사항들에 대한 보완 방안 및 문화콘텐츠 기획안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바로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SNS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이런 방식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 주목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진 만큼,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소통 방식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으로 해석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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