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최근 들어 다소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신할 또 다른 외래 해충, ‘미국흰불나방’이 도심을 위협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0일, 미국흰불나방의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특히 이 해충의 유충은 도시 가로수와 조경수의 잎을 집단으로 갉아 먹어, 도심 곳곳에 불편을 주고 경관까지 훼손한다.
도심까지 퍼진 미국흰불나방
미국흰불나방은 북미에서 유입된 외래 해충으로, 국내에서는 1958년 처음 발견됐다. 성장한 나방 한 마리는 최대 1,5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으며, 부화율도 높아 1년에 2~3세대가 발생한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번데기를 거쳐 성장한 나방이 되고, 다시 알을 낳으며 세대가 반복된다.
이 나방은 벚나무, 느티나무, 배롱나무 등 도심 가로수나 조경수에서 자주 번식한다. 공원, 놀이터, 학교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되며, 과거 농촌 해충으로 분류되던 것이 최근에는 기온 상승과 도심의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도시 열섬 현상' 등의 영향으로 도심형 해충으로 바뀌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건 유충… 알레르기 유발까지
직접적으로 나무에 피해를 주는 건 성장한 나방이 아니라 유충이다. 갓 부화한 유충은 잎을 갉아 먹기 시작하는데, 이들이 내뿜는 실 같은 분비물은 집단 서식지에서 거미줄처럼 엉켜 나무에 감긴다. 피해를 본 나무는 잎이 말라 떨어져 도심 경관이 훼손된다. 특히 공원이나 한강 둔치 등지에서는 벤치, 테이블, 돗자리 위로 올라와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기도 한다. 체모가 닿으면 피부염, 각막염, 가려움증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미국흰불나방 1세대 유충의 피해율은 15.8%였으며, 2세대는 26.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월 중순부터 8월 초는 2세대 유충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로, 이 시기를 놓치면 유충이 자라 성장한 나방이 되고, 다시 알을 낳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문제는 유충뿐만이 아니다. 성장한 나방의 알은 창틀이나 베란다 유리에 붙어 보기 싫은 얼룩을 남긴다. 또한 밤에 불빛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온 나방은 날아다니며 분비물이나 가루를 흘릴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죽은 채로 방 안에 떨어져 위생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생활에서 이렇게 대처하자
우선 유충의 서식처가 되는 나뭇가지 끝이나 잎이 무성한 가지는 가능하면 잘라내는 것이 좋다. 살충제를 뿌리기 어려운 경우,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분무기에 담아 뿌리거나, 주방 세제를 물에 희석해 나뭇잎 뒷면에 분사하는 방식으로 유충의 부착을 막을 수 있다.
야외 나들이 시에는 유충이 벤치나 돗자리 위로 기어오를 수 있으므로, 자리에 앉기 전 눈으로 확인하고, 돗자리에 유충이 붙지 않도록 식초 물이나 천연 방충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것도 좋다. 나무가 많은 공원이나 하천 주변으로 나갈 예정이라면 살충제나 벌레 기피제를 챙기는 것도 좋다.
또한 성장한 나방은 불빛에 반응해 실내로 유입된다. 저녁 이후에는 실내조명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커튼을 치고, 베란다나 현관 등 외부 조명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잠깐 켜두는 방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방충망은 단순히 닫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망에 찢어진 부분은 없는지, 창틀과 창문 사이 틈새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오래된 방충망은 교체하거나 실리콘 등으로 틈을 보수하는 것이 좋다.
개인이 막기엔 역부족…결국 지자체 대응이 핵심
그러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인 해충 스프레이는 유충 집단에 거의 효과가 없고, 나뭇잎 뒷면이나 잔가지 틈에 붙은 알은 맨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실효성 있는 대처를 위해선 예방과 방제가 핵심이다.
가을까지 피해를 줄이려면 2세대 유충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7월 중순부터 8월 초 사이 집중적인 관찰과 조치가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유충이 성충으로 번식하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
산림청은 현재 지역별 피해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 중이며, 각 지자체는 도시공원, 학교 숲, 가로수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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