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무게는 줄이고,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졌습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은 단순한 업그레이드를 넘어 AI 시대에 맞는 폼팩터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하드웨어는 얇고 가벼워졌지만, 소프트웨어와 사용성은 되레 묵직해졌다. 직접 사용해 보면 ‘무게는 줄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졌다’는 인상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폴드7, ‘얇고 가벼운’ 외형 위에 AI 생산성을 입다
폴드7은 삼성전자가 “역대 최슬림·최경량 폴더블”이라 소개할 만큼 크기보다 무게감이 먼저 줄어든 제품이다. 접었을 때 두께는 8.9㎜, 펼쳤을 땐 4.2㎜. USB-C 단자 수준의 얇기다. 손가락이 가는 편인 기자도 너무 얇은 두께로 펼칠 때 약간의 미끄러짐이 있었고, 반대로 힘이 가해지면 쉽게 부러지는 건 아닐까 하는 직관적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무게는 확실히 가볍다. 215g으로 전작보다 24g 줄었다. 일반 스마트폰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한 손으로 영상을 시청해도 그립톡 없이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실제로 유튜브 감상 중에도 ‘콘칩 한 봉지보다 가볍다’는 설명이 실감 날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힌지 구조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며 “얇고 가벼운 외형에 맞춰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바(Bar) 타입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와 폴드7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봤다. S25+는 두께 약 7.3㎜로 일반 스마트폰 중에서도 얇은 편에 속한다. 반면 폴드7은 닫았을 때 8.9㎜, 펼쳤을 땐 4.2㎜에 불과해 펼친 상태에서는 오히려 S25+보다 더 얇다. 물리적으로 두 개의 화면이 접혀 있는 구조임에도 닫았을 때조차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슬림한 설계가 돋보였다.
얇아진 물리적 두께 대신 확장된 건 AI를 기반으로 한 사용 경험이다. 대화면에서 제공되는 ‘제미나이 라이브’ 기반의 멀티모달 기능은 텍스트·이미지·영상·음성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 준다. 사진을 열면 AI가 인물과 배경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불필요한 요소는 ‘포토 어시스트’ 기능을 통해 추천만으로 제거할 수 있다. 영상에선 배경음과 음성을 분리해 주는 ‘오디오 이레이저’가 포함돼 몰입도 높은 시청 경험이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두고 “이제는 앱을 실행해서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는 화면 위에서 곧바로 정보를 ‘얻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게임 중 캐릭터 성장 공략이 막히는 장면에서 화면을 원으로 그리면 AI가 이를 분석해 관련 유튜브 영상을 해당 장면부터 자동으로 재생해 주는 ‘서클 투 서치’ 기능도 지원된다.
이번 폴드7에서 사용자 관점에서 즉각적으로 체감되는 변화 중 하나는 S펜 슬롯의 부재다. 폴드 시리즈는 초기부터 ‘생산성 기기’로의 확장을 상징하는 요소로 S펜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에는 빠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S펜은 별도 액세서리로 제공되며 기술 여건이 허락되면 내장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AI 기반 텍스트 요약, 다중 창 분할, 실시간 번역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산성 기능이 강화된 만큼 일반적인 작업에서 S펜의 부재가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밀한 드로잉·메모 작업 등 ‘화면 위에서 직접 쓰고 그리는’ 경험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는 분명 아쉬운 선택지로 남을 수 있다.
◇ 플립7, ‘닫힌 상태의 활용성’이라는 새로운 기준
플립7은 닫은 상태에서의 활용성을 본격적으로 확장한 모델이다. 전면 커버 디스플레이(플렉스 윈도우)는 시리즈 최초로 4.1형까지 커졌고, 밝기(최대 2600니트), 주사율(120Hz)도 모두 상향됐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기를 닫은 채로 일정 확인이나 음성 명령은 가능하지만, 플립7에서는 그 경험이 보다 확장된 형태로 다가왔다. 커진 전면 화면 덕분에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기 쉬웠고, 손가락 조작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일부 앱 실행이나 AI 검색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닫힌 상태의 폰’이라는 개념 자체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다.
사진 촬영도 간편해졌다. 커버 화면에서 바로 카메라를 실행해 촬영하는 과정이 이전보다 빠르고 직관적이었다. 반쯤 접은 상태로 바닥이나 테이블에 놓고 셀피를 찍는 ‘플렉스캠’ 활용도 여전히 유효했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동시에 프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듀얼 프리뷰’ 기능도 만족스러웠다. 촬영 실패 확률을 낮춰주는 실질적 도움을 줬다.
플립7은 요즘 같은 여름철 겉옷 없이도 바지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크기와 무게에서 소지성이 뛰어났다. 특히 외출 시 가방 없이 다닐 때도 부담이 없었고, 실제로 ‘가방이 아닌 주머니에 넣는 스마트폰’이라는 콘셉트가 실감 날 정도였다. 다만 폴드7과 비교하면 두께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전작 대비 분명하진 않아 다소 아쉬운 감도 있었다.
제품의 방향성은 단순한 콤팩트 스마트폰을 넘어 ‘감성 도구’에 가깝다. 전면 화면 꾸미기에는 GIF나 펫 애니메이션, 실시간 배경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꾸미는 재미’가 생긴 셈이다. SNS에 맞는 감성 콘텐츠 제작에도 적합했고, 5000만 화소 광각과 1200만 화소 초광각 듀얼 카메라는 일상 촬영에 부족함이 없었다.
4300mAh 대용량 배터리와 삼성 덱스(DeX) 지원도 플립 시리즈에선 처음 추가됐다. 실제로 외부 디스플레이와 마우스를 연결하면 문서 작업도 무리 없이 가능했고, 스마트폰 이상의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었다. 앱마다 독립된 암호화 공간을 제공하는 ‘킵(KEEP)’ 기능이나 공용 와이파이 환경에서 적용되는 양자 내성 암호 등 보안 기능도 강화돼 폰 하나로도 안전한 정보 작업이 가능했다는 인상이다.
한편, 이번 갤럭시 Z 시리즈의 가격은 폴드7 256GB 모델 기준 237만9300원, 플립7은 148만5000원부터다.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사전 예약이 진행, 256GB 구매 시 512GB로 업그레이드되는 ‘더블 스토리지’ 혜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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