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 보험금조차 제대로 쓰기 어렵다. 정부가 공공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보험금 신탁 활용은 여전히 ‘복잡’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공공신탁의 활용 범위와 법적 한계를 둘러싼 논의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고령자가 미리 자산을 위탁해 중증 질환 발생 시 간병비 등 필수 생활비로 자동 집행되는 공공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령자의 자산 중 80% 이상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묶여 있고, 활용 가능한 유동 금융자산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보험금 청구권, 즉 치매 진단금이나 간병비 등은 사고 발생 전에는 ‘조건부 권리’에 불과해 신탁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신탁 가능한 보험금은 3000만원 이상 사망보험금 등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치매 등으로 본인이 직접 보험금 청구와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 오면, 가족이 대신해도 법적 분쟁 위험이 상존한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자산에 포함해야 공공신탁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고령자 돌봄비용 마련, 상속 갈등 완화, 자기결정권 보장 등 다양한 사회적 효익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자산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신탁법, 보험업법, 상법 등 관련 법률에서 ‘조건부 권리’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보험사고가 발생해야만 권리가 확정되기 때문에, 사고 전부터 신탁에 편입하는 것은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 보험업계는 법 개정과 제도 보완을 통해 보험금 청구권도 신탁자산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고령자 본인이 치매 등으로 의사표현이 어려워져도 미리 신탁해 둔 보험금이 자동으로 돌봄비 등 목적에 맞게 집행될 수 있다.
한편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생명보험금 신탁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일본은 2010년대부터 보험금 신탁을 통해 상속설계와 노후보장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보험상품 설계와 계약 관리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아울러 보험금 신탁이 고령자 돌봄과 자산관리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치매 등으로 자산 관리가 어려워질 경우 보험금을 신탁을 통해 자동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렵지만,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된다면 고령자와 가족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변화에 맞춘 보험상품 개발과 절차 개선 등 업계 차원의 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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