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제주 바다에 보기 드문 손님이 등장했다. 날개를 펼치면 성인 두 명을 덮을 만큼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만타가오리'다.
제주대학교와 모슬포수협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벽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고등어와 전갱이를 잡으려던 그물에 만타가오리가 걸렸다. 2년 전에도 제주 바다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된 적은 있었지만, 사람에게 포획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바다의 양탄자’ 만타가오리, 왜 특별할까
만타가오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19년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지느러미가 양옆으로 넓게 퍼져 있어 헤엄칠 때, 마치 커다란 담요가 물속을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바다의 양탄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느러미를 펼쳤을 때 폭이 최대 7m, 몸무게는 2톤에 달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가오리로 알려져 있다. 주로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류 같은 미세한 먹이를 섭취하며, 입을 벌린 채 바닷물을 빨아들여 아가미 판으로 걸러낸다. 거대한 몸과는 달리 성격은 온순한 편이고 일반 가오리와 달리 꼬리에 독이 없다.
다이버들이 만타가오리를 기다리는 이유
만타가오리는 다이버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해양 생물 중 하나다. 인도양, 태평양, 카리브해 등 수온이 높은 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며, 우리나라처럼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수온과 해류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만 잠시 머물렀다가 곧 사라진다. 이런 낮은 확률 때문에, 만타가오리를 만난 다이버들에게는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또한 지능이 높아 사람에게 친화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다이버 주변을 천천히 맴돌거나 눈을 마주치듯 가까이 다가오는 등 호기심 많은 모습을 자주 보인다.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제주 바다
한편 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던 만타가오리가 제주 바다까지 올라온 건 해수 온도 상승 때문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제주 연안의 여름철 평균 수온은 약 1.5도 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예년보다 8일 이른 7월 3일, 제주 연안에는 수온이 2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보되며 고수온 예비특보가 발효됐다. 지난 7일 기준 제주 연안의 평균 표층 수온은 27.1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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