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전통 美 상류사회 축소판, 지위·권력·재력 갖춘 명문家 집성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수백년 전통 美 상류사회 축소판, 지위·권력·재력 갖춘 명문家 집성촌

르데스크 2025-07-11 16:42:41 신고

3줄요약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비컨 힐(Beacon Hill)'은 가장 유서 깊은 부촌으로 유명하다. IT 재벌들의 등장으로 부동산 시세나 소유주들의 재력 측면에선 다소 희석된 부분이 있지만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는 미국의 문화적 특징 덕분에 여전히 '제1부촌'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실제로 '비컨 힐'이 부촌의 지위를 지켜온 역사는 200년을 훌쩍 넘었다.

 

과거부터 비컨 힐엔 '보스턴 브라만(Boston Brahmin)'이라 불릴 정도의 재력가들이 모여 살았다. '브라만(Brahmin)'은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caste)'의 최상위 계급을 일컫는 단어다. 명문가 저택을 지칭하는 속어 '퍼플 윈도우(Purple Window)'도 '비컨 힐'에서 비롯됐다. '퍼플 윈도우'는 자수정 소재 창문으로 과거 상류층이 일반인과 차별성을 주기 위해 사용했던 인테리어 요소다. 지금도 '비컨 힐'의 일부 명문가 저택에는 퍼플 윈도우가 남아있다.

 

대통령 가문 후손부터 재계 유명인사까지…재력·권력·지위 갖춘 삼각형 부자들의 마을

 

▲ 비컨힐은 오래전부터 미국 명문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진은 비컨 힐에서 유명한 자수정 유리창 저택.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비컨 힐' 평균 집값은 미국의 다른 부촌 보다 다소 낮은 280만달러(약 37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집값이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웃돈 거래가 활발한 다른 부촌들과 달리 이곳에선 부동산 거래가 상당히 드문 편이다. 집을 구태여 팔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재력을 갖춘 유서 깊은 가문 소유 주택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의 평균 생활비가 근거다. 미국 랫폼 리얼터에 따르면 '비컨 힐' 주민들의 월 평균 생활비는 성인 1인 기준 6000달러(약 800만원)로 미국 내에서 일곱 번째로 높다. 다른 지역 부촌인 캘리포니아 애서튼, 뉴욕 트라이베카 등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컨 힐' 주민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존 포브스 케리(John Forbes Kerry) 전 미국 국무장관과 그의 아내 테레사 하인즈 케리(Teresa Heinz Kerry) 부부다. 그는 오바마정부에서 4년간 국무부 장관을 지냈고 바이든정부 출범 후엔 미국 최초 기후 특사로 활동했다. 기후 특사로 활동하던 시절 이란 핵 포기 프로젝트 주도했고 미국을 대표해 파리 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의 가문은 과거부터 줄곧 '비컨 힐'에 살아 온 대표적인 '보스턴 브라만'이다. 가문의 선조인 존 머레이 포브스는 19세기 중국의 차를 수입해 엄청난 부를 일군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 역시 남편 못지않은 배경을 지니고 있다. 테레사 하인즈는 케첩·머스타드로 유명한 미국 거대 식품그룹 '하인즈'의 상속녀다. 1991년 그가 하인즈그룹으로부터 상속받은 현금만 약 5억5000만달러(약 7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시점으로부터 약 35년이 흐른 현재 그의 자산 규모는 약 10억달러(약 1조375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 비컨힐은 겉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보스턴 최고 명당에 위치해 있다. 사진은 존 포브스 케리 저택(왼쪽)과 존 포브스 전 미국 기후특사. [사진=미국 부동산 플랫폼]

 

케리 부부 저택은 '비컨 힐' 중심가로 불리는 '핑크니 스트리트'(Pinckney Street)에 위치해 있다. 총 4층 규모 타운하우스로 건물 연면적은 769㎡(약 230평)이다. 케리 부부는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1830년대 지어진 저택은 오래전부터 포브스 가문이 소유하며 자손에게 대물림돼 왔다. 매사추세츠주 서퍽 카운티가 평가한 저택의 현재 가치는 약 1450만달러(약 200억원)다.

 

'비컨 힐'에 거주하는 또 다른 유명 인사는 찰스 듀에인 베이커 2세(Charles Duane Baker Jr.) 전미 대학 체육 협회(NCAA) 회장(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이다. 베이커 가문은 대대로 미국 정계에서 활동해 온 유서 깊은 가문으로 찰스의 아버지 찰스 D. 듀에인 베이커 3세는 레이건 정부 보건복지부 차관을, 증조할아버지 찰스 D. 베이커는 미국 법무부 차관을 각각 역임했다.

 

찰스 베이커 회장 역시 과거 민주당 텃밭이라 불리는 매사추세츠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무려 2번이나 주지사직을 역임했다. 정계 은퇴 후 미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미 대학 체육 협회(NCAA) 회장직을 맡으며 주지사 시절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림픽과 월드컵, 슈퍼볼 등 스포츠 스타 대다수가 NCAA에서 발굴된다. 주지사 시절 보고된 찰스 베이커의 자산 규모는 약 1500만달러(약 205억원)였다. 그는 매사추세츠주에만 총 2채의 저택을 보유 중인데 '비컨 힐' 주택이 그 중 하나다. 2006년 약 45만달러(약 6억원)을 주고 매입한 주택의 현재 가치는 약 210만달러(약 28억원)다. 

 

▲ [그래픽=장혜정] 사진=구글, ⓒ르데스크

 

미국 최고 명문가로 불리는 '애덤스 가문'(Adams family)의 후손들도 '비컨 힐'에 살고 있다. 애덤스 가문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와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John Quincy Adams) 등을 배출한 정치 엘리트 가문이다. 그 밖에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케네디 가문(Kennedy family), 로웰 가문(Lowell family), 캐벗 가문(Cabot family) 등 유서 깊은 가문들이 비컨 힐에 본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재계 유명인사 중에서도 '비컨 힐'에 둥지를 튼 인물이 여럿 존재한다. 케이블TV 거물로 불리는 아모스 배러 호스텟터 주니어(Amos Barr Hostetter Jr.) 콘티넨탈 케이블비전(Continental Cablevision) 창업주가 대표적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 규모는 약 38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비컨 힐' 내에서도 유서 깊은 건물로 유명한 '해리슨 그레이 오티스 하우스(Harrison Gray Otis House)'에 거주하고 있다.

 

해당 저택은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찰스 불핀치(Charles Bulfinch)가 지은 건물 중 하나다. 저택은 대지면적 1620㎡(약 500평), 연면적 1339㎡(약 400평) 등의 규모로 내부는 침실 9개와 욕실 5개로 구성돼 있다. 아모스 창업주는 해당 저택을 2003년 1200만 달러(약 163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카운티에서 평가한 저택 가치는 1900만 달러(약 260억원)다.

 

하버드·보스턴·MIT 등과 대학들과 지척 거리, 철옹성 같은 심리적 장벽에 백인 비율 압도적

  

▲ 비컨 힐은 미국에서 가장 교육환경이 좋은 동네로 유명하다. 사진은 하버드 대학교 전경. [사진=하버드대학교]

 

'비컨 힐'이 평범한 부촌을 넘어 엘리트 가문의 본거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의 교육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비컨 힐'에서 차로 불과 10~20분 거리에는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 노스이스턴 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등 세계적으로 유명 대학교들이 위치해 있다.

 

이들 대학으로 세계 각국의 엘리트들이 대거 몰리고 있지만 바로 지척에 위치한 '비컨 힐'만큼은 철저히 미국인 중심이다. '비컨 힐'의 주민 1만여 명 중 시민권자 비율은 무려 89%에 달하며 전체 주민의 94%가 백인이다. 아시아계는 약 3%에 불과하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비컨 힐은 겉모습만 보면 오래된 동네로 보일 수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을 갖춘 전통의 부촌이다"며 "부동산 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 점만 보더라도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는 미국 상류사회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몇 되지 않는 곳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