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전 세계 무기 이전이 동유럽과 중동 지역에 집중된 가운데 방산업계가 조용히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동아시아 지역이다.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대만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과 시시각각 변하는 안보환경 등이 무기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1일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안보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곳을 꼽는다면 단연 대만해협이다. 글로벌 패권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만과의 통일을 민족 과업으로 여기고 있는 중국은 대만 주변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속하며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고, 대만은 군사력 증강과 함께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형세다.
특히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27년 이전까지 대만을 공격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군사적 위협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는 사례가 대만이 데이터 보고를 시작한 이후 상당히 증가해 2021년 월 평균 81건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월 평균 17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필리핀은 스카버러 숄과 세컨드 토머스 암초 등 분쟁 해역에서 중국과 필리핀 함정 간 대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과는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훈련 등 연합훈련을 확대하며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도 중국과의 대치를 반복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조사선을 파견하거나, 뱅가드 뱅크 등 베트남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해역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방해하는 등 해상에서 양국 선박이 여러 차례 충돌했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의 인공섬 군사화, 미사일 배치, 폭격기 훈련 등에 대해 외교적으로 항의하며 자국 해양권 보호를 위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남중국해 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석유·가스 탐사 활동을 두고 중국 해군·해경과 반복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으로, 군사력 증강과 해양 감시 활동을 확대하며 자국 해역 보호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인공섬 건설, 군사기지화, 해군·해경 배치 등으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며, 동남아 각국은 미국 등 지역 외 국가와의 협력, 국제법을 근거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미·일·호주 등과의 합동훈련과 해양감시 협력 등 군사·안보 연대도 강화하는 추세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의 이 같은 불투명한 안보환경은 곧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중 경쟁의 중심 전장으로 부상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의 군 현대화와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 중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이고 군사적 행동이 증가함에 따라 자국 영유권과 EEZ(배타적경제수역) 보호를 위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행동 격화와 트럼프 미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및 거래적 외교, 그리고 러우 전쟁에 따른 러시아 무기에 대한 선호 감소 등으로 향후 이 지역에 대한 무기 수입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대신 그는 “한-인니 간 KF-21 공동개발 사례처럼 이 지역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군 현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방산 협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교수는 “방산 협력은 해당 지역 국가들이 직면한 안보적 특수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동남아시아, 특히 남중국해 문제 당사국들은 해군력과 해양영역인식 역량 강화 차원에서 관련 무기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별 안보 특수성을 고려해 수출 무기 플랫폼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방위산업이 재래식 무기에 집중된 가운데 그 범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임경환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지난 8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방위산업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우주, 해저, 사이버, 전력, 통신, AI 소프트웨어 등 국가 기반 산업까지 방산군에 포함하는 등 방위산업을 평화 유지 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K디펜스(defense) 인더스트리에서 K피스(peace) 인더스트리의 재편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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