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한·미 제조업 동맹에 주목"…여한구 본부장, 방미 협상 결과 밝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인천공항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 결과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 인천공항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과의 실질적 신뢰가 형성돼 앞으로 남은 3주간 관세 협상을 더욱 치열하게 가속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의 관세 인하 및 상호 25% 관세 전면 면제 추진을 위해 집중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애초 8월 1일로 예고했으나 이를 3주가량 연기하며 협상 여건을 조성했다. 여 본부장은 "3주는 짧지만 이제 실무 협상을 각론으로 구체화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미 무역대표부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미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 등과의 면담에서 무엇보다 "미측이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호응도 매우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핵심 제조업 경쟁력 회복 및 국가안보 전략에 적극 기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여 본부장은 "미국 쪽에서 조선과 반도체 협력에 상당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국 기업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방안도 논의됐다. 여 본부장은 해당 사업에 대해 "상업성 판단 전 정보가 필요하지만 미측 준비가 진전되면 한국 측도 협의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 본부장은 이번 관세 협상이 방위비 분담 협상과 연계되지 않았으며 자신은 경제·통상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가 "무역 적자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데 강한 의지를 표명한 상태"라며 비관세 장벽 해소와 제조업 협력 강화가 상호 보완 요인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관세 장벽 완화에 대해서는 "민감한 분야는 최대한 방어하되 제도 개선 여지가 있다면 실용주의 관점에서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호관세 25% 대상에 포함된 일본 등 다른 국가의 협상 사례도 면밀히 참고하며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한구 본부장의 방미 협상은 단순한 관세 절감 논의를 넘어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정책 구상을 협상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이 한국의 조선과 반도체 역량에 거는 기대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남은 3주간의 협상은 양국 간 신뢰를 기반으로 관세율 조정, 비관세 장벽 완화, 산업협력 구도 설정까지를 포괄할 전망이다. 전략적으로는 단기 이익보다 제도 개선과 구조적 협력 체계의 기틀 마련이 이번 라운드의 핵심이 될 것이며 한국 정부도 이에 맞춰 신중하면서도 실용적인 접근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한·미 제조업 동맹은 기존의 무역 관계를 넘어 산업·안보·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