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땀이 흐르고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시원한 냉면 육수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단순한 기호를 넘어 체질에 따라 더 잘 맞는 냉면이 따로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냉면은 단순한 계절 음식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에 주는 영향도 다르다. 같은 냉면이라도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어떤 체질에 맞는지에 따라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각각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대표하는 양대 축이다. 육수의 성질부터 면 재료, 양념의 조합까지 각기 다른 성질을 지녔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이 두 냉면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음식으로 분류되며, 실제로 함유된 영양소 역시 많은 차이를 가진다.
무작정 입맛만 따라가다간 오히려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컨디션이 떨어질 수 있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해서는 내 체질에 맞는 냉면을 제대로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먹는 냉면이 과연 나와 잘 맞는 음식인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비교하며 알아본다.
몸에 열이 많다면 '평양냉면'
평양냉면은 메밀면에 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섞은 육수, 그 위에 오이, 편육 등 소박한 고명이 올라간다. 입 안에서 진한 맛보다는 은은하고 담백한 맛이 남는 이 냉면은 단출한 첫 인상과 달리 꾸준히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핵심 재료인 메밀은 찬 성질을 가져 체내에 쌓인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 더위에 민감한 사람이나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평양냉면이 더 잘 맞는다. 메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 분해 효소는 소화 흡수를 도와주고, 변비나 소화불량 해소에도 긍정적이다.
국물에 동치미가 섞인 점도 열을 가라앉히는 데 한몫한다. 무로 담근 동치미는 원래 찬 성질의 음식이라서 체온을 자연스럽게 낮춰준다. 또한 수분 보충에도 효과가 있다.
소고기 양지로 낸 육수는 1인분 기준 약 30g의 고기가 들어가는데, 이는 함흥냉면에 쓰이는 약 10g보다 많은 양이다. 게다가 국물을 남긴다면 당과 나트륨 섭취도 자연히 줄일 수 있다.
손발이 차거나 쉽게 지치면 '함흥냉면'
함흥냉면은 쫀득한 전분면에 매콤한 양념장을 비벼 먹는 경우가 많다. 고명으로는 명태나 가자미와 같은 생선회가 올라간다. 면은 보통 고구마나 감자 전분으로 만들며, 전체적으로 따뜻한 성질의 재료가 중심이 된다.
함흥냉면은 맵고 단맛이 강하다. 고추장과 설탕이 많이 들어가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어 혈당 조절에 민감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혈당부하지수(GL) 기준으로도 함흥냉면이 더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함흥냉면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 고추는 따뜻한 성질이라 몸속 찬 기운을 몰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비타민C도 풍부해 신진대사 촉진과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양념장에 흔히 들어가는 마늘, 생강, 양파 같은 재료들도 몸에 열을 보태고 기력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여기에 명태나 가자미처럼 따뜻한 성질을 가진 회 고명이 더해지면 원기 회복과 냉방병 완화에도 좋다.
체질에 관계 없이 과다 섭취는 금물
체질에 맞는 냉면이라 해도 결국은 고탄수화물 면 요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메밀면이든 전분면이든, 1인분 기준 탄수화물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냉면을 먹을 땐 초고탄수화물 식사가 되기 쉽다. 따라서 반찬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게 좋다. 채소나 단백질이 적절히 곁들여지면 혈당 상승 속도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또 메밀은 체질상 잘 맞는 사람에게는 이롭지만, 과하게 먹으면 복통이나 어지럼증 같은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고추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위장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아무리 체질에 잘 맞는 냉면이라도 과식은 금물이다. 적당한 양, 균형 잡힌 반찬 구성, 그리고 내 체질을 이해하는 것이 여름 냉면 식단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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