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사랑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아도 가능한가
20살 미대생 타카토시(후쿠시 소타)는 지하철에서 한 여인을 우연히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의 이름은 에미(코마츠 나나).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그는 에미의 따뜻한 반응에 용기를 얻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처음엔 서툰 두 사람의 모습이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처럼 보인다. 함께 밥을 먹고,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들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관객은 곧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에미는 자주 눈물을 흘리고, 타카토시의 말에 놀랄 정도로 정확한 예측을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전환점. 그녀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계’에서 온 인물이었다.
너에게는 처음, 나에게는 마지막
시간의 방향이 정반대인 두 사람. 타카토시에게 오늘은 에미에게 내일이며, 그들의 하루하루는 서로의 첫 만남이자 마지막 작별이 된다.
에미는 이미 타카토시와의 모든 추억을 ‘경험한 상태’로 과거를 거슬러 오고 있었고, 타카토시는 이제 막 그 사랑을 시작했다. 사랑의 깊이는 엇갈리고, 기억은 엇나간다.
연출, 영상미, 그리고 교토의 정서
영화는 일본 교토의 아날로그적 풍경을 배경으로, 부드러운 색감과 여백이 있는 화면 구성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독 미키 타카히로는 과도한 설명 없이도 ‘느림’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다가간다.
대사 하나하나도 시처럼 읊조려진다. 두 주연 배우 또한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이 비현실적인 사랑을 현실처럼 설득한다. 특히 고마츠 나나는 눈빛만으로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며, “마지막을 알고 있는 사람의 사랑”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비극이 아닌 희극’이라 부르고 싶은 이별
많은 관객이 영화의 결말에서 눈물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보다는, 각자가 가진 시간 안에서 진심을 다해 사랑한 기억을 남기는 방식은 영화에 묘한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을 “이별을 다룬 비극이 아니라, 사랑을 완성한 희극”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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