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희재 기자] 태권도 불모지였던 대구에 전 세계 41개국 900여 명의 선수들이 모였다. 2025 대구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이 5일부터 8일까지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체육관에서 나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가 인증하고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주관한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G1 등급 대회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엔 정병기(59) 사무총장의 공이 컸다. 스포츠마케팅과 스포츠경영을 전공한 그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현 울산 HD) 포함 여러 스포츠 조직에서 15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았다. 대회 관계자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정 사무총장이 없었다면 이 대회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라고 평가했다.
정 사무총장은 대회 기간 본지와 만나 "2021년부터 대회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단체를 돌아다녔다. 대구광역시와 3년 계약을 맺은 걸 시작으로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었다"며 "FISU, WT, 대구시, 문화체육관광부, 계명대 등 여러 조직의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긴 대회 준비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태권도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정 사무총장은 "스포츠 조직에서 일하면서도 '언젠간 내 집인 태권도로 돌아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총장은 2014년 3월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현장에서 학교로 오니 몸은 편한데, 전화기 벨이 울리지 않아 마음은 불편했다"며 "그 시기 WT 총재님을 어드바이저할 기회가 생겼고, WT 마케팅 계획을 구상해달라고 요청받았다"고 회상했다.
정 사무총장은 태권도 부흥의 청사진으로 '플랫폼'을 제시했다. 매년 여름 무주 스포츠태권도 국제융합 콘퍼런스와 대구 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을 동시 개최하는 그림을 그렸고, 지난해부터 이를 실행에 옮겼다.
2017년 무주세계선수권대회가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 태권도 단체는 한국이 주도하는 WT와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양분돼 있는데, 8년 전 WT의 요청으로 ITF 시범단이 무주서 공연을 펼쳐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 사무총장은 당시를 떠올리면서 "스포츠가 단순히 메달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다"며 "WT 총재님에게 이제는 ITF가 '오르라내리락'하는 걸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WT가 1억 명, ITF가 5000만 명 가까이 되는 만큼 통합이 아닌 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WT와 ITF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학술 세미나인 스포츠태권도 국제융합 콘퍼런스를 만들고, 기회가 돼 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도 같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총장은 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을 치르면서 계명대 태권도학과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학생들이 이론과 현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 계명대는 1996년 지방 대학 최초로 학과를 신설하고, 태권도센터를 보유하는 등 국제대회를 치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정 사무총장은 "강의실에서 하는 이론 교육은 졸업하면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학생들이 보고 느껴야 잊지를 못한다"며 "지도자 외에도 행정가, 마케터 등 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 계명대 태권도학과의 로열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지역과 상생도 도모한다. 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은 1회 대회에서 학교 기숙사를 선수단 숙소로 활용했지만, 2회 대회는 대구 지역에서 식사와 숙박을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정 사무총장은 향후 대회 유치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 태권도 꿈나무들이 꿈을 키우길 희망했다. 그는 "태권도 대회가 한 체육관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진행되곤 하는데, 꿈나무들이 세계대학태권도페스티벌을 보면서 '진정한 태권도 대회는 이런 거구나'하는 꿈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