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환율과 관세 등 불수출 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11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를 통해 수출 주력 업종에 속한 매출 1000대 기업(150개사 응답) 중 38.7%가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수출 채산성은 수출로 벌어들이는 실제 이익을 의미한다. 개선된다고 응답한 기업은 14%에 불과했으며 47.3%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66.7%), 자동차(53.8%), 일반기계(50%), 석유화학(44%), 철강(40.6%) 등에서 수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했다. 반면 반도체(10%)와 선박(25%) 업종은 개선을 점친 기업 비율이 높았고 전자부품 업종은 '악화'와 '개선' 응답이 각각 25%로 팽팽했다.
채산성 악화의 원인으로는 △관세 부담 증가(44.8%) △수출 단가 인하(34.5%) △인건비·물류비 등 고정비 상승(13.8%) 등이 꼽혔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기업의 92%는 "미국의 수입 관세율이 15%를 넘는 경우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경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25% 일괄 관세가 현실화되면, 우리 수출 기업 대다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는 '미국의 보호무역 관세정책'이 5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글로벌 수요 둔화'(14%), '미·중 통상 갈등 격화'(12.7%) 순이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위축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유럽과 중국도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수출 감소는 실질적인 수치로도 드러난다. 응답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국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철강(-5.0%), 선박(-2.5%) 등 6개 업종은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발 관세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는 △원가 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현지 생산 확대(14.7%)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도 14.2%에 달해 일부 기업은 사실상 '속수무책'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응답 기업의 37%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이어 법인세 감면과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개척 지원(12.6%) 순으로 나타났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는 당분간 국내 수출 환경에 지속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통상전략 고도화, 수출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달 말 열릴 통상점검회의에서 기업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수출 리스크에 대응한 종합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주 발표될 7월 수출입 실적을 통해 본격적인 하반기 수출 흐름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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