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출판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진 가운데, 출판계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대내외 이중고에 직면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1개 출판사의 총 매출은 4조8,911억원으로, 2023년보다 약 52억원 감소했다.
코로나 특수 종료, 전자도서 시장의 급성장,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출판사들의 실적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협회는 애플·구글과의 인앱결제 수수료 분쟁과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 등 연이은 악재에 휘말리며, 출판계 전체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뉴스락>뉴스락>은 출판계의 현주소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직면한 상황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한 출판계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애플ㆍ구글 인앱결제 수수료에 소송 돌입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앱 유료 결제 시 발생하는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국내 출판사와 이용자 모두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에서다.
출판시장에서는 최근 웹툰, 웹소설, 전자도서 등 디지털 콘텐츠 수요가 확대되며,전자출판 플랫폼 13개사의 진난해 총 영업이익운 전년대비 25.6% 증가했다.
하지만 콘텐츠 결제가 대부분 애플과 구글의 앱마켓을 통해 이뤄지면서, 인앱결제 강제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두 기업은 결제 수단으로 자사 시스템만 허용하고 있으며, 그 수수료율은 최대 30%에 달한다.
이로 인해 출판업계에서는연간 600~8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공정한 수수료 체계는 출판업계를 넘어 게임,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1년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애플에 205억 원, 구글에 4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제재는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적 집행을 위해 필요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에 이어, 지난 2일 김태규 부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방통위는 현재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건 심의 정족수(2인 이상)를 채우지 못해, 모든 의결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와는 대적적으로 지난달 26일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에게 약 8,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수수료를 10% 수준으로 낮췄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현재 인앱결제수수료 안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면밀히 살피고 있는 의결 중 하나"라며 "정부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개편 결과에 따라 모든 안건을 조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락>
반면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에 대한 소송은 아직 진행 중에 있으며, 별도의 소식이 있다면 언론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전환'...공공성 훼손 논란 가열
이처럼 출판계 위기 상황을 알리며 구심점 역할을 해야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소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보이는 데는 최근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과 무관치 않다.
협회는 70년 역사의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면서 출판계 안팎에서 공공성 훼손 등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정산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 지원금이 중단돼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에 차질이 생긴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사에게 주주모집에 대한 청약 건을 통지했고, 총 13개사의 청약으로 10억원의 자본금을 모았다.
해당 지분은 노원문고, 사회평론, 대한출판문화협회 3사가 각각 30%, 나머지 10%는 개인 투자자로 구성됐다. 협회 측은 지난 2월 주식회사 설립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대해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와 약 6천여 명의 출판 관계자들은 즉각 반발하며 주식회사 전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 작가, 출판 관계자 등 출판 생태계 전체가 오랜 기간 함께 쌓아온 공적 문화 자산임에도, 이를 일부 법인과 투자자 중심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사유화라는 입장이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사유화 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회원사, 공공연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총회나 논의가 부족했다"며 "주식회사의 기본적인 성격은 이윤추구이며, 언제든지 정관을 변경해 주주에게 유리한 형태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데 공공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뉴스락>
반면,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주식회사 전환이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협회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설립은 이후의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등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유리한 회사 운영을 할 목적이 아니며, 주식회사 설립 이후에도 공적인 성격을 잃지 않는 기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락>
정부, 올해 도서직원 사업 확대..."디지털 환경 맞춰 정책 병행해야"
출판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플랫폼 수수료 논란, 그리고 서울국제도서전의 보조금 지급 중단 등으로 침체됐던 국내 출판업계에 오랜만에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정부의 도서지원 예산이 확대되면서, 출판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총 예산은 지난해보다 30억원 증가한 13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특히 세종도서지원 사업과 문화나눔지원 사업 등 도서 구매와 배포 중심의 사업에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이 투입된다.
진흥원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대비 예산이 30억원 증가했으며, 총 130억원의 예산 중 세종도서지원 사업과 문화나눔지원 사업에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해당 지원 사업들로 도서를 구매해 도서관에 배포할 예정으로 출판계에 가장 큰 지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뉴스락>
정부의 지원 확대에 대해 출판업계는 환영하면서도, 정책 실효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 환경 맞춤형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출판업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비시장에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현행법들은 오프라인 위주의 불공정 부분에 대한 규제가 다수이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맞춘 앱마켓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윤순식 홍익대학교 교양과(전 독문과) 교수
해외 국제도서전 모범사례 참고하면
국내 서울국제도서전을 비롯한 출판시장
부흥할 수 있을 것
윤순식 홍익대학교 교양과(전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국제도서전의 전반적인 운영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국내 서울국제도서전은 부족한 부분이 다소 존재하기 때문에 해외 모범사례를 참고한다면 출판시장의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경우 독일출판협회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운영하며, 사기업이 지분에 개입할 수 없다는 조건이 정관에 명시돼 있어 도서전의 수익금이 모두 출판업계에 환원되는 구조다.
윤 교수는 "독일의 도서전처럼 출판협회나 공기관이 모든 지분을 가지고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회사의 형태와 상관없이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 사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면 공적인 성격을 잃고 위험한 결과를 낳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문제 이외에도 도서전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을 더욱 다각화한다면 서울국제도서전과 국내 출판업계 모두 활성화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서울국제도서전은 행사 흥행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회성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심도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경우 저작권·번역권 거래 등 비즈니스적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어 전 세계 출판 산업의 교역장으로 이용된다.
윤 교수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단순히 홍보성 이벤트로 운영된다면 국내 출판시장의 발전을 크게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 도서전에서도 프로그램을 확대해 기업 간의 거래가 활발해진다면 국내 출판업계 활성화는 물론 글로벌 진출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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