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대]④ 디지털 원화의 꿈, 환치기 우려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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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시대]④ 디지털 원화의 꿈, 환치기 우려에 발목 잡히나

한스경제 2025-07-11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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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33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미국·EU·일본이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을 시행하며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도 올 하반기 제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본지는 디지털 달러의 글로벌 통화패권 재편부터 월스트리트 금융 거인들의 스테이블코인 쟁탈전, 각국의 규제 전략,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과 한계, 디페깅 리스크, CBDC와의 경쟁, 그리고 2030년 미래 시나리오까지 7회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모든 쟁점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이미지=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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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디지털 원화를 표방한 스테이블코인이 결국 제2의 카카오페이 포인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태생적 한계로 달러가 지배하는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란 비관론이 핵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금융청의 강력한 통제 아래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활로를 모색하며 한발 앞서 나가는 반면 한국 금융당국은 디지털 환치기라는 더 큰 암초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칫 국부 유출을 위한 불법 외화벌이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 너도 나도 KRW 스테이블 코인 상표 출원···한국은행도 상표 등록 44건

차세대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점하려는 상표권 전쟁의 막이 올랐다. 정부의 디지털자산 육성 기조에 발맞춰 금융, 게임, IT 업계가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출원에 총 출동했다. 토스뱅크와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는 합쳐서 72건의 상표를 확보하며 선두에 나섰고 신한·KB·우리 등 시중 은행들도 수십 건의 상표를 출원하며 참전을 공식화했다. 업종의 경계도 허물어져 게임사 위메이드와 IT 기반의 다날, 네이버페이, NHN KCP 등도 시장 선점을 위해 대거 상표 등록에 가세했다.

이러한 과열 양상에 대해 정웅채 법무법인 대상의 대표변호사는 "상표권 등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실제 개발 전에 미리 홍보가 이루어지거나 기대감을 조성하는 행위로 이용자에 대해 부당한 기대를 갖도록 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민간의 KRW 상표 쟁탈전이 벌어지는 동안 정작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비판적이던 한국은행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는 것. 한은은 지난 2023년 디지털원 등 44건의 관련 상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향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민간의 상표권 러시는 사업화에 앞선 법적 보호막이자 제도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과 달리 현실의 벽은 높다. 2024년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5% 이상은 달러 기반 코인이 점유하고 있다. 테더(USDT)와 USD코인(USDC)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원화를 비롯한 비기축통화 기반 코인은 해외에서 실질적인 수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국 국내에서만 맴도는 디지털 포인트 신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대표(한양대 겸임교수)는 "2019년 페이스북 리브라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의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나오면서 시장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과도한 기대감만으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테마주 성격의 단기 투자보다는 침착하고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일본, B2B 전략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의존도 줄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비기축통화 스테이블코인의 현실적 활로를 찾아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 금융청의 강력한 규제 하에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등 메가뱅크들이 연내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를 마쳤다. 이들은 프로그마 코인 플랫폼을 통해 B2B(기업간) 결제와 송금에 특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팍스다. 이는 국내 10개 은행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일본 3대 메가뱅크의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일대일로 직접 환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을 우회해 달러 없이도 원화와 엔화를 직접 교환할 수 있어 양국 간 무역결제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빌보드 차트에서 K팝 걸 그룹 최고 기록 세운 블랙핑크./블랙핑크 홈페이지 캡처
빌보드 차트에서 K팝 걸 그룹 최고 기록 세운 블랙핑크./블랙핑크 홈페이지 캡처

◆  해답은 K-콘텐츠···BTS 앨범, 원화 코인으로 구매하는 안 추진

금융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고했듯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환치기를 통해 자본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강점을 활용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이 K-콘텐츠 산업에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으며 두나무가 네이버페이와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CSAI) 원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로에 대해 "한국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파고드는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 세계에 팬을 거느린 K-팝, 드라마, 영화 같은 K-콘텐츠 시장이 대표적 활용처"라며 "달러가 지배하는 거대한 세계 시장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K-콘텐츠라는 '우리 땅'에서 만큼은 원화 코인이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만들자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은 구체적인 사례로 "미국에 사는 BTS 팬이 한정판 앨범을 살 때 복잡하게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대신 미리 확보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결제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중국인 게임 유저가 한국 게임의 희귀 아이템을 살 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한 선결 과제도 명확히 했다. 안 원장은 "단순히 '원화 국제화'라는 거대 담론에 앞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부터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동남아 등 한류 팬덤이 강한 특정 국가나 지역을 상대로 시범 사용 제도를 먼저 시행하는 등 점진적이고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결국 관건은 '왜 굳이 원화 코인을 써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산업에서 가장 세계적인 쓰임새를 발굴해내는 것만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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