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비 기자] 예년 같으면 장맛비가 시원하게 쏟아져야 할 7월 중순, 대한민국은 빗방울 대신 이글거리는 태양과 후텁지근한 열기에 신음하고 있다. 기록적인 '마른 장마'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농업, 수자원, 그리고 국민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예년과 달리 강수량이 현저히 부족하고, 비가 내리는 날조차 짧고 국지적인 소나기에 그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염 특보가 일찌감치 발효되었으며,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역대급 '불볕 장마'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 농작물 시름 깊어지는 농심
마른 장마는 농촌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주요 농작물인 벼는 물론, 밭작물과 채소류가 가뭄에 시들어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모내기 지연은 물론, 이미 심은 작물들도 생육 부진을 겪고 있어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농민은 "매년 이맘때면 논에 물이 차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땅이 갈라지고 말라가고 있다"며 "이러다 애써 지은 농사 다 망치는 건 아닌지 밤잠을 설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긴급 가뭄 대책반을 가동하고 양수기를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저수율 하락, 식수난 우려까지
강수량 부족은 저수지 수위에도 영향을 미쳐 전국 주요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이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충청, 경상 지역 일부 저수지는 '주의' 단계를 넘어 '경계' 단계에 진입하며 식수난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절수 운동을 독려하고 산업용수 사용량 조절을 검토하는 등 물 절약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과 함께 비상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난 후에도 가뭄이 지속될 경우,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온열 질환 비상, 여름 건강 적신호
마른 장마와 함께 찾아온 폭염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인해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노약자와 야외 근로자들의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은 폭염 시 야외 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 시원한 곳에서 휴식 등의 건강 수칙을 강조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 이상 기후의 '뉴노멀'인가?
올해 마른 장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상 기후의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엘니뇨 현상과 지구 온난화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예측 불가능한 기상 이변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른 장마가 가져온 위기는 단순한 날씨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빗방울 대신 뜨거운 태양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2025년 여름, 우리는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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