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집 안 곳곳에 초파리가 날아다닌다. 부엌, 싱크대, 쓰레기통, 과일 껍질 등은 물론 식탁 위 그릇에도 달라붙는다. 눈에 띄는 몇 마리를 제거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날아다닌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한 초파리는 ‘완전 박멸’이 어려운 해충 중 하나다. 하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다. 초파리가 들어오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고, 들어온다면 쉽게 박멸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
초파리의 번식 주기
초파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과일파리'로도 알고 있는 작은 날벌레로, 크기는 2~3mm에 불과하다. 하지만 초파리 한 마리는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24시간이면 유충이 되고, 사흘이면 성충이 된다. 보통 성충이 된 뒤 이틀 이내로 다시 번식을 시작한다. 한 세대가 8일이면 완성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눈에 보이는 초파리만 잡는 건 무의미하다. 성충, 유충, 번데기, 알까지 주기적으로 퇴치해야만 집에서 사라진다.
초파리는 숙성 과일, 발효 식품, 젖은 행주,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잘 번식한다. 특히 바나나, 복숭아, 참외, 포도처럼 당도가 높은 과일은 초파리가 좋아하는 냄새를 강하게 낸다. 과일을 실온에 두거나 껍질을 오래 방치하면 순식간에 알을 까고 번데기로 자란다.
집에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초파리 함정
초파리는 후각이 발달해 달고 발효된 냄새에 잘 반응한다. 이 성질을 활용하면 누구나 집에서 초파리 덫을 만들 수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사과식초·설탕·주방세제를 섞은 트랩이다. 비율은 식초:설탕:물을 1:1:1로 맞추고, 여기에 주방세제를 한두 방울 넣는다. 이 액체를 페트병이나 종이컵에 담아 부엌, 싱크대, 쓰레기통 옆에 두면 초파리가 냄새에 이끌려 날아든다. 주방세제는 물의 표면장력을 낮추는 역할을 해 초파리가 액체에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다른 방법도 있다. 뚜껑 있는 일회용 컵에 같은 유인액을 넣고, 뚜껑에 송곳으로 몇 개 구멍을 뚫어주면 된다. 초파리가 들어가기는 쉬워도 빠져나오지는 못하는 구조다. 냄새가 덜 퍼지고,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 내용물을 교체하면 효과가 꾸준히 유지된다.
종이 깔때기를 활용한 덫도 있다. 병에 과일 조각을 넣고, 병 입구에 종이로 만든 깔때기를 꽂는다. 초파리가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올 수 없다. 바나나, 딸기 같은 과일 껍질이나 와인 찌꺼기, 맥주, 막걸리도 미끼로 적합하다. 유인력이 강한 대신, 내용물이 발효되며 악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욕실이나 싱크대 안쪽처럼 눈에 안 띄는 곳에 두는 것이 낫다.
위생 관리와 하수구 청소는 필수
아무리 덫을 설치해도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번식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사라졌던 초파리가 다시 나타난다. 초파리가 주로 번식하는 장소는 배수구, 거름망, 음식물 통, 물기 있는 조리도구, 젖은 행주 등이다. 특히 싱크대 배수구는 초파리의 주 번식지로 꼽힌다. 이곳은 외부로 통하는 하수관과 연결돼 있어 외부에서 유입된 초파리까지 끌어들인다.
배수구 관리는 뜨거운 물로만 해도 일정 효과가 있다. 하지만 좀 더 확실한 방법은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1:1로 섞어 부어두는 것이다. 세정 및 탈취 효과가 있어 주 1회 정도 사용하면 충분하다. 냄새가 심할 경우 락스를 소량 붓고 30분 뒤 충분히 물로 씻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락스 사용 시에는 반드시 문을 열어 환기하고, 피부나 눈에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부엌 청소도 필수다. 물 묻은 도마, 수세미, 행주는 잘 말려야 하고, 싱크대 주변 벽면에 붙은 물때까지 닦아줘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에 한 번 비우고, 일반 쓰레기도 봉지째 꽉 묶어 처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바나나 껍질이나 젖은 음식물 포장지는 반드시 바로 치워야 한다. 초파리의 알과 애벌레들이 금방 생겨나기 때문이다.
외부 유입을 막는 방법
외부 침입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초파리는 일반 방충망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미세 방충망을 설치하거나, 창틀 아래 물구멍까지 막는 것이 안전하다. 방충망이 찢어졌다면 테이프로 임시 보수를 해야 한다. 음식물은 모두 밀폐 보관하고, 과일이나 채소는 구매 직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초파리는 계피, 바질, 유칼립투스 같은 향을 싫어한다. 향이 강한 허브를 초파리가 잘 나타나는 장소에 두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계피 스틱이나 방향제를 배수구 주변이나 과일 바구니 근처에 놓는 방식이다. 모기향도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향만으로 초파리를 박멸하는 건 어렵다.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 여러 관리와 병행해야 한다.
초파리 퇴치는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개체는 당일 잡을 수 있지만, 어딘가에 남겨진 알과 번데기가 며칠 안에 다시 성충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초파리 번식 주기를 고려하면 최소 2주 이상 함정을 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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