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심신미약 상태였습니다. 지금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장에 출석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증인석에 앉자마자 울먹였다. 손 대표는 지난 5월 30일 탐사보도 이후 자신이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손 대표는 대부분의 핵심 질의에 엉뚱하거나 엇박자의 답변을 내놓으며 사실상 책임 있는 소명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경위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손 대표는 “공무원 교육원 교수 요원을 했고, 우체국에서 40년 근무했다”고 말했다. 구체적 위촉 과정이나 추천 경로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더 큰 논란은 손 대표의 역사인식과 우익 성향 단체 활동에 대한 질의에서 나왔다. 리박스쿨 내부 문건에는 ‘전두환 명예회복 TF’, ‘우파 양성’, ‘민주노총 감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손 대표는 이를 조직적 활동이 아닌 “비공식 회의나 제안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백골단 활동을 옹호하느냐’는 질문엔 “백골단이 뭐가 문제냐, 잘 모른다”며 반문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자 “학살 여부를 제가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구체적 해명보다는 질문 자체에 대한 회피성 답변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공적 위원으로서 기본적인 역사인식이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고, 교육위 위원장인 김영호 의원 역시 “공공의 책임이 있는 자리인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극우단체 대표’라는 언론 표현에 대해 “우리는 자유우파 단체일 뿐”이라며 “극우라는 단어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취재 방식과 표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한 매체의 잠입취재 보도와 관련해서는 “여기자에게 당했다. 지혜롭지 못했다”며 보도 피해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내부 교육 내용에서 학생들에게 ‘좌파는 공산주의자’, ‘윤석열은 살신성인’이라고 가르쳤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선 별다른 반박 없이 “그런 표현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정작 어떤 교육 내용을 중심으로 학생을 지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손 대표는 반복해서 “가짜뉴스에 당했다”, “심신미약 상태다”, “나는 피해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증인으로서 스스로의 자격과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국민적 우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답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자문위원 선정 절차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검증 단계에 제3자 추천 검토와 외부 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선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리박스쿨과의 모든 관련성을 재점검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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