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수천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여기에다 최근 급증한 AI 연산과정에서도 많은 열이 발생한다. 이에 기업들은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산업과 기록적인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본격화 하고 있다.
10일 기상청의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사흘 가까이가 '이상고온'이었다. 지난해 전국 평균기온은 14.5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한가위 폭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던 9월은 절반 이상이 이상고온으로 관측됐다.
'불지옥반도'를 만든 주범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활황으로 우후죽순 생긴 데이터센터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추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공간이다.
이 초대형 전산실은 열을 식혀주지 않으면 100도까지 치솟아 여름이나 겨울이나 냉방설비가 24시간 가동돼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로는 2019년 기준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량은 200TWh(테라와트시)로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0.8%를 차지한다.
데이터센터는 냉각이 필수적인 탓에 엄청난 전기를 소비하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서 지구의 평균 온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들도 기후위기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이전을 위해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연적인 바람과 시원한 기후 등을 이용한 자연 냉각으로 열 관리가 쉽고 정부 지원이 집중된다는 점도 장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존을 유치하기 위한 지역으로 경북 울산을 선택했다. 울산은 해안에 있어 냉각수 조달이 용이하고 인접한 SK케미칼 열병합발전소에서 전력 수급도 받을 수 있다.
SK가스는 LNG를 기화해 천연가스로 만들 때 발생하는 초저온 에너지(냉열)를 활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데 울산 북항에 건설 중인 에너지 복합 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사용할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도 강원도 춘천과 세종특별시에 ‘각(閣)’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자연 냉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각 춘천은 연중 기온이 수도권보다 2도가량 낮은 춘천의 자연 바람을 이용해 서버 온도를 낮춘다. 각 세종은 주변 부용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서버열을 식힐 수 있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는 고객사와 운영 인력, 백업(back-up) 시설 확보 차원에서 수도권에 짓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수도권 전기 부족이나 냉각 효율성 향상 등을 고려해 '자연 냉각(프리쿨링)'이 용이한 지방이 데이터센터 이전 부지로 적합한 것이다.
이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은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인데 지자체들도 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주시는 NHN클라우드와 함께 가동 중인 '광주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산업 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도는 춘천의 충분한 부지와 전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지방 이전에 소극적이던 기업들도 장기 생존을 위해 지방 이전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네이버는 각의 증설 방안을 모색 중이며 NHN은 광주시 국가AI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지난달 포항시와 2조원 규모의 글로벌 AI컴퓨팅센터 구축을 발표했다. KT클라우드는 지난 5월 경북 예천에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개소했다.
지난 7일 열린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세미나’에서 하민용 SKT AI 데이터센터 사업부장은 울산 데이터센터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 입지의 가장 큰 과제가 안정적인 인력 확보라며 당국에 지역 인력 양성과 정주 여건 개선을 요청했다.
정부는 하반기 중 지방 데이터센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가 세제 혜택과 부지 제공, 규제 완화 등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22년 구글과 오라클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2곳은 폭염으로 가동을 멈췄다. 기상청은 올해 더욱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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