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의료급여제도 간담회서 "아프거나 굶거나 선택 강요"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 예고에 "아프거나 굶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의료급여 수급자 등은 10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 회의실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의료급여제도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의료급여 정률제는 가난한 이들이 비용 부담 증가를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며 "의료급여 정률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의료급여 본인 부담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기로 결정했고, 지난달 초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료급여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료급여는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에게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자는 전 국민의 3%인 156만명 정도다.
기존에는 외래진료 건당 1천∼2천원으로 의료급여 본인부담금이 정해져 있었는데, 개편안에서는 본인부담금이 진료비에 비례하도록 했다. 본인부담률은 의원에서 4%, 병원에서 6%, 상급종합병원 8%다.
정률제로 하되 건당 최대 본인부담금을 최대 2만원으로 하고, 매달 의료급여 수급자에 지원하던 건강생활 유지비는 월 6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아픈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을 더 키운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빈곤층에 '과잉 의료 이용' 낙인을 찍고 정률제를 추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가난으로 몸이 망가지고 망가진 몸을 치료하느라 더 가난해져 결국 최후의 보루로 의료급여 수급자가 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률제는 전형적인 시장 원리에 기초한 방식으로, 시장 경제에서 밀려나 수급자가 된 이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제도일 수밖에 없다"면서 "수급자의 관점에서 정률제의 실체는 제도적 폭력으로, 윤석열 정부가 끝났으니 정률제도 폐기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실제 의료급여 수급자도 참석해 정률제 개편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정대철 동자동사랑방 사업이사는 "아파서 병원에 가는데, 병원비를 얼마 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병원에 많이 갈수록 진료비가 오른다면 지금처럼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병원에 안 가면 더 아프게 될 텐데 의사는 오라고 하고 병원비는 걱정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료급여 정률제는 수급자들이 망설이다 치료를 미루게 되고 아픈 걸 견디며 살게 되는 결과를 만들게 분명하다"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이 치료라도 마음 놓고 받을 수 있도록 정률제를 철회하고 의료급여 보장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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