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논두렁이나 농수로를 걷다 보면 개구리 소리가 들리곤 한다. 운이 좋다면, 그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수원청개구리'일 수도 있다. 수원청개구리는 대한민국에서만 사는 고유종이자,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이 개구리는 경기도 수원시 인근 논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이 붙었다. 몸집은 4cm도 안 될 만큼 작고, 외형은 일반 청개구리와 거의 흡사해 육안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몸도 작고 소리도 다르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과에 속하는 양서류다. 몸길이는 2.4~4cm로 대한민국에 서식하는 개구리 중 가장 작다. 등은 녹색 혹은 녹청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몸통 측면을 따라 담갈색이나 갈색, 또는 검은색 줄무늬가 콧구멍에서부터 눈, 고막, 옆구리까지 이어진다. 일반 청개구리보다 몸집이 작고 뒷다리가 짧으며, 발가락 물갈퀴도 덜 발달해 있다. 청개구리는 울음주머니 색이 회색이나 흰색에 가깝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노란빛을 띠는 것도 주요한 차이다.
청개구리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울음소리다. 청개구리는 중저음의 빠른 울음으로 ‘꽥꽥꽥’을 반복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느린 박자의 금속성 소리 ‘웡-웡-웡’을 낸다. 주둥이 각도도 약간 뾰족하며, 청개구리보다 눈에 띄게 작다. 육안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울음소리와 울음주머니 색상, 줄무늬 위치 등으로 어느 정도 식별 가능하다.
수원청개구리는 1977년 처음 발견됐다. 일본의 양서류 학자 구라모토가 수원 농촌진흥청 인근 논에서 이 개구리를 채집해 연구한 끝에 기존 청개구리와는 다른 신종임을 확인했다. 이후 1980년 학계에 보고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논이 없으면 번식도 끝난다
수원청개구리는 주로 논에서 산다. 서식지는 경기도 수원과 화성, 서울 일부 지역, 충청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북부, 강원도 원주 등이다. 활동 시기는 4월부터 시작되며, 본격적인 번식은 5~6월 논 안쪽에서 이뤄진다. 논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춰 진화해 왔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습지 보전이 중요하다.
문제는 사람이다. 남아있던 논마저 다 사라지고 있다. 택지 개발과 농지 정비로 논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수원청개구리의 번식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6월 중순 이후 논에 물을 빼는 농업 방식은 번식 실패를 부른다. 전문가들은 수원청개구리가 번식기를 놓치면 다음 해 개체 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2016년 수원시는 인공 서식지 조성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GTX-A 노선 공사 중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돼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확보가 이 개구리를 지키는 핵심이다.
DNA 논란 끝에 한국 고유종으로 인정받다
2016년, 중국과 일본 공동 연구팀은 수원청개구리가 중국의 개구리 종과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주장은 기존 명명 체계를 바꿔야 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분석 대상 유전자 부위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본 학계 일부도 이 논문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국 학계는 수원청개구리가 '독립종'이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2020년에는 익산 등 남부 지방 개체들이 실제로는 또 다른 종인 '노랑배청개구리'로 분리되며 수원청개구리의 독립적 지위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 수원시의 공식 마스코트 '수원이'도 수원청개구리를 본떠 만들어졌다.
수원청개구리는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다. 지금 보호하지 않으면 조만간 논과 함께 사라질 수도 있다. 이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돼 있지만, 법적 보호만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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