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서울 강남, 성수 등 주요 상권에서는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냉방을 가동하는 이른바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상인들은 시원한 매장 분위기를 외부로 노출함으로써 자연스레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매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대형 매장 최소 10곳 이상이 '개문냉방' 영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에 관계없이 의류 전문점, 콘택트렌즈 판매점, 화장품 매장 등 다양한 매장들이 출입문을 활짝 연 채 실내 냉기를 외부로 내보내며 손님 유치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고객보다는 매장 앞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냉기를 잠시 쐬며 대중교통을 기다리거나 일행을 기다리는 모습이 더 자주 포착됐다. 개문냉방이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기보다는 단순한 더위 피신처로 활용되는 셈이다.
법적으로도 개문냉방은 제한 대상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수급 악화를 이유로 '에너지 사용 제한'을 고시할 경우 단속이 가능하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이러한 고시가 없어 실질적인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
개문냉방을 시행 중인 상인들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 자영업자는 "문을 열어두면 매장 내부가 한눈에 들어와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무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공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잠시 쉬어가는 손님도 있어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은 "닫힌 문보다는 열린 문이 '환영받는 느낌'을 준다"며 "사소해 보이지만 고객 유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남역 13번 출구 인근의 한 화장품 판매점 관계자는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은 본사 방침이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여성 고객들 중에는 지나가다 들어와 우연히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상인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개문냉방이 소비자 발길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유효한 전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주희 씨(27·여)는 "상인들은 문을 열어두면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미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면 들르지 않고 곧장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앞에 잠깐 서 있을 때는 시원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면 오히려 불쾌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여름철 개문냉방이 실질적인 매출 향상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까운 영업 전략인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인들은 개문냉방이 소비자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이미 목표 지향적 소비 성향이 강하고 정보 탐색도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이뤄진다"며 "매장 환경보다는 가격, 품질, 편의성 등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개문냉방은 에너지 낭비 문제 외에도 일부 소비자에게는 지나친 상업적 접근으로 받아들여져 반감을 살 수 있다"며 "단기적 매출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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